부산세관, ‘페이퍼 컴퍼니’ 이용 1조원대 선박유 공급 8개사 적발

입력 2018-09-17 15:43
부산본부세관(세관장 양승권)은 홍콩, 싱가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 설립한 서류상회사(Paper Company) 및 해외계좌를 이용해 국내 선사들에게 1조1000억원의 선박연료유를 공급한 국내 무등록 유류매매업체 H사 등 8개사를 적발하고, 외국환거래법 위반혐의(해외불법예금)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세관에 따르면 H사의 경우 국내 대형 정유회사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이모(46)씨가 2007년 국내외 선박회사와 정유회사 간 선박 연료유 매매를 중계할 목적으로 서울 종로구에 회사를 설립했다.

이씨는 국내에 설립한 H사가 석유사업법에서 요구하는 자본금과 저유(貯油)시설 등 설비를 갖출 자금이 부족하자, 조세피난처인 홍콩, 싱가폴 및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고 계좌를 개설했다.

홍콩 등에 등록한 페이퍼컴퍼니 3개사 명의로 개설한 홍콩 은행계좌를 통해 유류 판매대금을 받는 수법으로 지난 10년간 3600억원 상당을 미신고 해외계좌에 입금함으로서 외국환거래법(해외불법예금)을 위반했다.

세관 조사 결과 홍콩회사가 매매거래 당사자인 것처럼 서류 조작해 매매거래를 하고, 그 대금도 홍콩 은행계좌로 영수하는 수법으로 관계기관의 감독을 회피했다.

우리나라는 일정한 시설 등을 구비한 등록업체만이 유류 매매가 가능하나, 적발된 업체들은 이와 같은 제한을 피할 목적으로 해외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가 선사에 선박유를 공급하는 것처럼 가장하고, 판매 및 구매대금도 해외계좌를 이용해 영수 및 지급하는 방법으로 선박유를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환거래법에서는 국가의 외화보유 현황 관리 등을 위해 대한민국 거주자가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예금에 대해 외국환은행 등에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세관 관계자는 “해외 서류상회사의 비밀계좌를 이용한 선박유 불법거래가 외국환거래질서를 흐트러뜨리고 무등록 유류공급업체 난립으로 석유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앞으로도 단속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