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너(tweener).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중간에 끼어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현재 김영권의 상황이 딱 그렇다. 중국 광저우 에버그란데 소속이나 경기에 나설 수 없다. 후반기 광저우 선수 명단에서 그의 이름이 없다.
자국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자리를 잃으며 A대표팀의 경쟁력 하락에 따른 중국 슈퍼리그의 외국인 선수 정책 변경 때문이다. 기존엔 아시아 쿼터가 있어 팀당 보유할 수 있는 4명의 외국인 선수 중 아시아 국적 선수가 1명 이상 포함돼 있을 경우 1명의 외국인 선수를 추가로 보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국선수 육성 정책에 따라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최대 5명에서 4명으로 축소했다. 별도의 아시아 쿼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외국인 선수는 최대 3명뿐이다.
광저우는 기존 선수인 굴라트, 알란에 이어 새로 영입한 파울리뉴, 탈리스카를 4명의 외국인 선수로 등록했다. 후반기 광저우 선수 명단에서 김영권의 이름은 없다. 아시아쿼터로 출전할 수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가 있지만 내년 1월까지 기다려야한 다. 그 이전엔 김영권은 A매치가 아닌 이상 실전경기 출전이 불가능하단 뜻이다.
김영권은 월드컵 일정을 마친 후 소속팀에 복귀하지 않고 국내에서 개인훈련에 매진하며 이적을 타진했다. 목표이던 유럽 진출을 위해 광저우에서 받고 있는 2500만 위안(약 42억 원)의 높은 연봉까지 대폭 삭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광저우가 제시한 그의 이적료 300만 달러(약 33억원) 앞에 선뜻 나서는 팀들은 없었다. 유럽 중소 규모의 클럽에겐 어느정도 나이가 찬 수비수 영입에 이정도 금액을 투자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광저우가 완전히 전력 외로 분리된 선수를 고액의 연봉까지 지급해가며 손해를 감수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김영권을 헐값에 이적시킨다면 추후 다른 몸값이 높은 외국인 선수들에 의해 더 큰 손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다.
이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게도 악재다.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에서 펼쳐질 아시안컵 이전까지 김영권이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건 A매치 총 4차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벤투 감독이 다른 출중한 센터백 후보들을 제치고 실전 감각이 없는 김영권을 전 경기 출전시켰을 때 가능한 일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김영권이 선수 커리어의 상승세를 타던 시점이라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김영권과 광저우의 계약 종료기간은 내년 6월 30일이다. 보스만룰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이적을 조건으로 어느 팀이든 이적 협상을 할 수 있다. 그때까진 개인훈련에 매진하며 대표팀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김영권의 광저우 동료이기도 한 파울리뉴 역시 지난해 광저우가 그를 놓아주지 않으며 이적이 불발될 뻔했던 사례가 있다. 파울리뉴는 2015년까지 토트넘 홋스퍼에서 광저우로 이적한 뒤 꾸준한 기량을 뽐내며 활약했다. 이에 바르셀로나가 파울리뉴를 영입하기 위해 계속해서 이적료 협상을 원했으나 광저우는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바르셀로나는 광저우 의사와 상관없이 협상이 가능한 바이아웃 조항을 이용해 마침내 파울리뉴의 이적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현지 보도에 따르면 바르셀로나가가 실제 지급한 금액은 파울리뉴 바이아웃인 4000만 유로(약 538억원)를 훨씬 밑도는 3250만 유로(약 437억원)였다. 이는 파울리뉴의 적극적인 태도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 협상에 진전이 없자 사비를 들여 750만 유로(약 101억 원)를 대신 충당한 것이다. 그렇게 바르셀로나로 떠난 파울리뉴는 팀의 프리메라리가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한 후 1년 만에 다시 광저우로 복귀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