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아이 돌봐줬던 30대 여성, 43년 후 재회하다

입력 2018-09-17 03:00
사진=뉴시스/부산경찰청 제공

43년 전 영국으로 입양된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입양 전 자신을 돌봐 준 여성을 만났다.

영국 국적의 40대 여성 조순희씨와 재외동포 사회복지사는 14일 오후3시 부산 중구 남포지구대에 방문했다. 조씨는 근무 중인 경찰관들에게 자신의 사연을 말하며 영국으로 입양가기 전 자신을 돌봐 준 여성을 찾는다고 말했다.

조씨는 1975년 11월16일 중국 남포동 홍모(당시 34)씨의 집 앞에 버려졌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씨가 갖고 있던 정보는 43년 전 부모에게 버려진 장소의 주소 뿐이었다.

홍씨는 초인종 벨소리와 함께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갔고, 집 앞에 놓여진 바구니에 아기와 함께 쪽지가 담겨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얀 피부와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가진 아이와 만나게 된 홍씨는 아기를 돌보다 영국으로 입양을 보내게 됐다.

훗날 성인이 된 조씨는 입양되기 전까지 도움을 줬던 홍씨를 찾기 위해 영국에서 부산으로 향한 것이다.

(사진=뉴시스/부산경찰청 제공) 43년 전 입양 당시 조씨의 사진.

조씨의 사연을 들은 남포지구대 심재원 순경 등은 홍씨 찾기에 나섰고, 6시간 동안 자갈치 건어물시장 주변을 수소문한 끝에 홍씨를 찾게 됐다.

43년 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던 홍씨는 어느덧 할머니가 돼 조씨를 만났다. 이 모습을 지켜본 경찰들은 서로 말은 통하진 않았지만 따뜻한 손길에서 전해지는 진심 어린 마음은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조씨는 “43년 전 당신의 따뜻한 도움으로 제가 이렇게 훌륭히 자랄 수 있었고,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다”며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며 홍씨에게 인사했다.

조씨는 또 “당신의 도움과 경찰관의 도움으로 마음속 한켠에 있던 뿌리를 찾게 됐다”며 “혹시 어릴적 사진을 보게 되면 부모도 만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고 덧붙였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