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거스를 순 없었다” 골로프킨, 알바레즈에게 생애 첫 패배…판정에 ‘분노’

입력 2018-09-16 13:53 수정 2018-09-16 14:12
16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협회(WBA) 미들급(72.57㎏) 통합 타이틀전에서 게나디 골로프킨(오른쪽)과 카넬로 알바레즈(왼쪽)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AP뉴시스

세기의 재대결 승자는 카넬로 알바레즈(28·멕시코)였다. 알바레즈는 16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협회(WBA) 미들급(72.57㎏) 통합 타이틀전에서 게나디 골로프킨(36·카자흐스탄)과 치열한 공방을 벌인 끝에 2대 0(115-113 115-113 114-114) 판정승을 거뒀다.

골로프킨의 프로데뷔 이후 첫 패배다. 38승(34KO) 1무의 무결점 전적에 오점이 생겼다. 알바레즈는 새로운 미들급 통합 챔피언에 등극하며 총 전적 50승(34KO) 2무 1패가 됐다. 알바레즈의 1패는 은퇴한 무패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에게 당한 것이다.

둘의 대결은 지난해 9월 17일 첫 경기 이후 정확히 1년 만의 재격돌이었다. 첫 번째 맞대결은 무승부였다. 당시 경기를 지배한 시간이나 유효타 숫자에서 골로프킨이 앞섰던 것으로 나와 부심의 석연찮은 채점이 논란이 됐다. 경기가 끝난 후 곧바로 두 선수가 재대결 의사를 강하게 드러냈으나 알바레즈의 금지약물 징계로 대결이 미뤄져 1년 만에 두 선수가 링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소문난 잔치에 걸맞은 명경기였다. 양 선수는 클린치 없이 속공 위주의 계속되는 펀치를 주고받으며 팬들의 눈을 기쁘게 했다. 선수들이 로프에 기대는 모습이 드물었을 정도였다. 경기 대부분 링 가운데서 펀치 공방을 주고받았다. 알바레즈는 1년 전 대결에선 초반 수비적인 아웃복싱으로 나섰지만 인파이팅으로 맞서며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도 흘러가는 나이를 거스를 순 없었던 것일까. 골로프킨이 라운드 후반으로 갈수록 미스 블로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8세 어린 알바레즈가 훨씬 앞서있는 모습이었다.

알바레즈는 무거운 펀치를 꽂아 넣으며 더욱 거세게 공격을 몰아쳤다. 골로프킨 역시 체력적 한계 속에서도 노련함을 잃지 않았다. 알바레즈의 찢어진 왼쪽 눈두덩이를 향해 지속적으로 위협적인 펀치를 날렸다. 특히 10라운드 중반 알바레즈의 안면에 정타를 적중시키며 정확한 원투 스트레이트로 우세를 점해 승기를 가져오는 듯 했다. 알바레즈의 찢어진 눈 위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승기를 잡은 골로프킨의 매서운 공격은 계속됐다. 11라운드에서도 빠른 스트레이트를 퍼부으며 알바레즈를 몰아붙였다.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알바레즈의 공격이 점차 무뎌지기 시작했다. 매서웠던 잽 역시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마지막 12라운드에서 골로프킨은 강력한 어퍼컷을 날리며 마지막 투혼을 이어갔다. 알바레즈 역시 남은 체력을 모두 짜내며 이에 맞섰다. 결국 12라운드 종료 공이 울리며 둘의 승부는 심판의 손으로 넘어갔다.

심판의 판정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향했다. 라운드 초반엔 알바레즈가 적극성을 보였으나 유효타 면에선 골로프킨이 확실히 앞선 경기였다. 하지만 1명이 동점을 주고 2명의 부심이 115-113으로 알바레즈의 근소한 우세를 채점하며 세기의 대결은 골로프킨의 패배로 끝났다.

골로프킨은 자신의 승리를 예상했던 듯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판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노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거부한 채 그대로 링을 빠져나왔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