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상도유치원 학부모들 “책임 떠넘기고, 대책도 없고”

입력 2018-09-14 18:16 수정 2018-09-14 18:23

지난 6일 붕괴한 서울 상도유치원 학부모들이 “관계당국이 책임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기관들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해 학부모들과의 소통에 소홀했다고도 지적했다.

상도유치원 학부모 40여명은 14일 서울시교육청과 동작구청을 연달아 방문, 조희연 교육감과 이창우 구청장을 만나 입장을 전달했다. 검은 옷을 맞춰 입은 이들은 “(아이들을) 죽음의 위기에 빠뜨려 죄인이 된 부모들”이라며 중간중간 울먹였다. 교육청과 구청을 향해서는 “아이들 앞에 너무나 비겁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학부모들은 이날 ‘붕괴 참사 피해 유아 학부모들의 입장’을 발표하고 2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관계당국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붕괴 원인 조사 과정에 학부모가 참여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특히 학부모와의 소통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들은 “정상운영계획 및 향후대책을 학부모들에게 제시해 달라”며 “또 붕괴 참사의 정확한 원인 규명과 투명하고 신뢰있는 조사를 위해 학부모가 참여하는 공동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요구사항에 대해 오는 18일 정오까지 서면 답변을 달라고 했다.

앞서 학부모들은 “구청과 교육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학부모들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간 교육청과 구청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회피해왔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열린 사고 설명회에서도 학부모들은 ’협의해보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하는 공무원들을 향해 “답답하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학부모들은 입장문에서 “하루 아침에 유치원을 잃은 아이들은 ‘언제 유치원으로 갈 수 있느냐’고 질문하고 있는데, 관계당국은 여전히 각자만의 생각만 하고 있다”며 “교육청과 동작구청은 여전히 부처간 칸막이로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향후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학부모들은 “붕괴 참사 이후 관계당국은 책임 있는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단지 6개월 동안 상도초등학교에서 임시로 유치원을 운영한다는 것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임시유치원 시설을 개선하고 6개월 이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조 교육감은 “(아이들이) 유치원을 졸업할 때까지 기존 공립유치원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모든 과정을 숨기지 않고 학부모와 공유하겠다“고 답했다. 이 구청장도 ”저희가 관리를 잘못했다는 책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사고 수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할 것“이라고 사과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