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갈등에 다시 소환되는 히틀러와 무솔리니

입력 2018-09-15 05:00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부장관(오른쪽)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지난달 28일 이탈리아 밀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살비니 장관은 헝가리 등 반난민 정권이 들어선 국가들을 끌어들여 반이민 연대를 구축하고 잇다. AP뉴시스

난민정책을 둘러싼 유럽 내 논쟁이 극단적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친(親)이민 정책을 주장하는 쪽은 반(反)이민 정치인을 이탈리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에 비유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시위현장에서 아돌프 히틀러의 이름을 연호했다.

프랑스 출신의 피에르 모스코비치 유럽연합(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13일(현지시간) “포퓰리스트들이 발호하는 요즘 유럽의 분위기는 1930년대와 매우 유사하다”며 “군화 발자국 소리나 히틀러는 없지만 아마도 ‘작은 무솔리니들'은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코비치는 작은 무솔리니가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솔리니가 이탈리아의 2차 세계 대전 참전을 이끈 독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난의 대상은 명확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부 장관은 이날 “모스코비치는 이탈리아와 이탈리아인, 이탈리아인들이 뽑은 합법적인 이탈리아 정부를 모욕하기에 앞서 입을 씻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살비니 장관이 무솔리니에 비교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극우 정당인 ‘동맹’을 이끌며 포퓰리즘 정부를 구성해 유럽 내 반난민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망명하는 아프리카 난민들을 강경하게 막아서면서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인도주의적 조치를 요구하는 나라들과 마찰을 빚었다. 그 결과 살비니 장관은 반이민 정책으로 외국인 혐오와 인종 차별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자국 내에서도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자신을 향한 비난에 반박하기 위해 무솔리니가 한 말을 인용해 “적이 더욱 많을수록 영광은 더욱 크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독일 작센주 캠니츠시 칼마르크스 기념공원에 나치식 경례자세를 취하고 있는 금속 늑대가 설치돼 있다. 예술가 라이너 오폴카(오른쪽)는 켐니츠 극우 성향 시위대의 인종주의와 신나치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동상을 제작했다.



도이체빌레는 독일 법원이 13일(현지시간) 시위에 참가해 히틀러식 경례를 한 혐의(증오발언)로 33세 남성에게 보호관찰 8개월과 벌금 2000유로(약 260만원)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작센주 켐니츠시에서 극우정당이 주도하고 독일 전역에서 신나치주의자 등 시위대 수천명이 몰려들어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쿠바계 독일인이 시리아와 이라크 출신 난민에게 살해당한 것을 계기로 촉발된 시위였다. 시위에는 ‘히틀러 사랑해요’ ‘하일 히틀러’같은 구호까지 등장했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독일에서는 그동안 극도로 금기시했던 행위가 반난민 정서를 틈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에 극도로 당황하고 있다.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극우세력의 폭력시위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독일의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독일 사회의 양극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