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48)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 수석부회장은 2009년 현대차 부회장이 된 지 9년 만에 그룹 2인자로 올라섰다.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4일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경영 업무 전반을 총괄해 정몽구 회장을 보좌하게 된다”며 “글로벌 통상문제 악화, 주요 시장의 경쟁구도 변화 등 경영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그룹의 통합적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 회장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2009년 기아자동차 사장에서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다른 계열사 경영에는 깊숙이 개입하지 않았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계열사 등기이사이긴 하나 공식 직책이 있는 계열사는 현대차뿐이었다. 현대차를 중심으로 경영활동을 해 온 상황이었다.
앞으로는 자동차, 철강, 건설, 금융 등 모든 계열사의 경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지난달 1일 기준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차증권, 현대라이프, 이노션 월드와이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등 55개다.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은 윤여철 양웅철 권문식 김용환 현대·기아차 부회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수석 부회장은 이번에 처음 나왔다.
정 수석 부회장은 현대차 부회장을 맡아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내부의 연구개발(R&D) 방식에서 벗어나 국내외 다양한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해 왔다. 최근 1년 동안 그랩, 옵시스, 오토톡스, 시매틱스 등 20여개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투자 및 협업을 진행해 왔다.
현대차그룹이 ‘3세 경영’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을 보좌하는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돌입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4차 산업 혁명 등 미래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현대차그룹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80세로 고령인 정 회장은 최근 1~2년 동안 공식적인 외부 행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요 신차 발표회나 글로벌 전시회 등에 정 회장 대신 정 수석 부회장이 참석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