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9·13 대책 지지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는…”

입력 2018-09-15 05:00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과 관련, “시장이 안정화될 것을 기대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서울시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박 시장은 13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예전부터 서울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한 방안으로 보유세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며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이 안정화될 것을 기대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이 아닌 중산층과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라면 추가적인 정책 수단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한 달 살이’ 당시 “정부가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고 언급한 한 언론사 인터뷰 기사를 함께 링크했다.

박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서울시는 주거공급 확대 정책과 관련해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정부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단서 조항으로 단 ‘분명한 원칙’ 이라는 표현은 박 시장이 사실상 그린벨트 해제 반대 입장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이 표현은 사실상 그린벨트 해제에는 절대 합의하지 않겠다는 박 시장의 강력한 의지”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미 그린벨트 해제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확고히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줄곧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 도심 내 유휴지 확보를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방식으로 공급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혀왔다. 박 시장도 페이스북 글에서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인 보급을 통해 집 걱정 없는 서울의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할 경우, 정부와의 마찰이 불가피해진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1일 수도권 공공임대주택 30만 가구 공급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여기에는 그린벨트 해제가 핵심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3일 “법적 절차와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과정이 종료되는 21일에 구체적인 입지와 수량,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된 문제 등 종합적으로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린벨트가 이미 훼손돼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지역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박 시장이 그린벨트 해제에 끝까지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린벨트는 해제할 수 있다. 현행법상 30만㎡ 미만 그린벨트 해제 권한은 시도지사에 위임돼 있어 박 시장 권한이다. 다만 필요한 경우 국토부가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 박 시장이 원칙론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먼저 나서 ‘미래 세대를 위한 마지막 보루’라는 그린벨트 해제를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 공급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박 시장의 ‘가치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는 지점이다. 게다가 박 시장은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올라 있어 정치적 해석들이 곁들여질 수 있는 여지도 없지 않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