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내 흉물로 방치돼 도시 문제를 일으켰던 ‘빈집’이 주거복지를 위한 수단으로 변화하고 있다.
서울 중구(구청장 서양호)는 오는 19일 약수동에 ‘약수보금자리’ 1호 문을 연다. 약수보금자리는 오랜 기간 방치된 공가를 중구에서 리모델링해 기초수급자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주거복지사업으로 활용된다. 약수동주민센터와 약수보금자리 주민협의회, 한국해비타트가 함께 진행한다.
약수동 동호로8라길에 위치한 약수보금자리 1호는 욕실 겸 화장실이 딸려 있는 원룸 구조로 세탁기와 냉장고, 인덕션, 에어컨, 밥솥 등 생활가전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이 사업은 재개발구역 안에 있는 다세대주택 공가가 늘어나면서 일대가 슬럼화될 것이라는 주민 우려에서 출발했다.
약수보금자리 1호 입주자는 독거노인 박모(69)씨다. 7년 전 사업 실패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그는 쪽방과 흡사한 공동주거시설에서 열악하게 지내다 약수보금자리와 인연을 맺게 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입주자에게 매월 나오는 주거급여 21만원은 임대료 성격으로 약수보금자리 주민협의회가 받게 된다. 협의회는 이를 모아 저소득 가구 학생을 위한 장학기금을 조성하고 주거환경 개선사업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중구는 매년 10가구씩 3년간 30개의 보금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성북구(구청장 이승로)는 서울시 최초로 빈집 문제 해법 찾기에 적극 나섰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와 함께 성북4구역 현장 실태를 살피고 공동 해법을 모색했다. 성북4구역은 성북동 29번지 일대로 성북구 내 대표적 빈집 밀집 지역이다. 2015년 1월 주택개개발정비예정구역 해제 이후 도로 등 기본적인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정비가 어려웠다. 급격한 마을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빈집이 집단적으로 발생한 지역이다. 성북구는 실태용역을 진행해 현장 방문과 건축주 면담을 진행해 맞춤형 해법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빈집이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경우도 있다. 서울 금천구(구청장 유성훈)는 금천문화재단을 중심으로 빈집을 청·장년 예술 창작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독산동 20m 도로에 ‘빈집프로젝트 1가’를 열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