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200이닝, 수술, 그리고 복귀… 권혁의 불꽃

입력 2018-09-14 11:34
돌아온 권혁. 한화 이글스 제공

좌완투수로 빠른 볼을 던지던 권혁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한화 이글스로 팀을 옮긴 뒤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2015년에는 112이닝을 투구하며 9승 13패 17세이브를 거뒀다. 2016년에는 95.1이닝 동안 6승 2패 3세이브였다.

권혁은 승패가 좌우되는 경기 막판, 꼭 막아줘야 하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때가 많았다. 투수들은 같은 공이라도 상황에 따라 던질 때의 피로감에 차이가 있다고들 한다. 권혁은 2016년 시즌을 마친 뒤 팔꿈치를 수술했고, 허리 통증까지 시달렸던 지난해에는 31.1이닝만 소화했다.

권혁은 긴 재활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지난달 1군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가 끝난 지난 5일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1년여 만에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1군 마운드에 섰다. 14개의 공을 던졌다. 우타자의 바깥쪽에 꽂히는 직구는 여전히 강력했다. 한화 이글스 관계자는 “불꽃 같은 선수”라고 말했다.

권혁은 지난 5일과 지난 7일 첫 2번의 등판에서는 자책점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8일에는 LG 트윈스를 상대로 1.2이닝 퍼펙트 피칭을 했다. 이후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중 2경기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아웃카운트 1개씩을 챙겼다.

그의 투구수는 이제 10개 안팎이다. 한용덕 감독과 송진우 투수코치가 찾은 새로운 활용법이다. 예전만큼의 전천후 마당쇠의 모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을 팀도 알고 권혁도 안다. 하지만 권혁의 역할은 경기 외적으로도 크다. 한화 이글스 관계자는 “권혁이 마운드에 올라와 던지는 모습만으로도 후배들은 느끼는 게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와 삼성의 경기를 직접 중계 해설한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권혁에 대해 “한국 프로야구 사상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훌륭한 왼손 셋업맨”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예전만큼 시속 150㎞에 육박하는 구속 수준은 아니지만, 좌타자든 우타자든 관록과 경험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내내 선발보다는 불펜을 통해 순위싸움을 벌여왔던 한화였다. 권혁이 챙겨주는 1~2개의 아웃카운트도 큰 도움이다.

민 해설위원은 “나이도 있고 수술과 재활을 모두 극복해 돌아왔다는 것은 웬만한 의지로는 힘든 일”이라며 권혁을 칭찬했다. 그는 “꾸준히 관리를 받았다면 더욱 좋은 공을 던졌을 텐데, 한화에 온 뒤 2년간 너무 많은 공을 던졌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