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유족 “폭력 진압 지시한 김석기 수사하라”

입력 2018-09-14 11:18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와 유가족들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심사 결과 발표에 따른, 용산참사 피해자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숨진 ‘용산참사’의 유가족 및 철거 피해자들이 당시 서울경찰청장이던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을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14일 오전 대검찰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국가폭력 참사의 진압을 지휘한 김 의원을 철저히 수사해 처벌해야 한다”며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소환 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에 따르면 경찰 지휘부는 조기 과잉진압을 강행하고 댓글 공작도 지시했다”며 “그럼에도 김 의원 등 책임자들은 처벌과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진상조사위는 지난 5일 당시 서울경찰청장이던 김 의원의 최종 결정으로 당시 진압작전이 이뤄졌고, 김 의원의 지시에 따라 경찰청 수사국이 사건 발생 후 온라인에서 경찰 비판 반박글을 올리는 등의 계획을 세웠다고 밝힌 바 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또 “당시 경찰이 검찰의 ‘경찰 과잉진압 수사’에 개입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며 “검찰 진상조사단은 경찰 책임자뿐 아니라 당시 수사검사도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국장은 정병두(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와 전화통화, 경찰 입장 지속 전달’이라는 구체적인 대응 지침까지 제시했다. 검찰 수사 대상자인 경찰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조직적으로 대응을 지시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용산참사는 2009년 서울 용산재개발사업과 관련해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던 철거민을 경찰이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숨진 사건이다. 이 사건을 조사해온 진상조사위는 지난 5일 당시 경찰지휘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강제진압이 이뤄졌다는 내용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조사위는 “사건 현장상황은 긴급 진압할 정도로 급박하고 중대한 위험이 있지 않았다”며 “당시 경찰 정보관들은 점거농성 조기 해결을 위해 철거민들과 협의를 해나가고 있었지만 경찰 지휘부는 이런 협상 시도와 무관하게 조기 진압을 결정하고 작전계획을 세워 김 전 서울경찰청장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청장으로 내정돼 있던 김 의원은 사건 발생 후 경찰청 수사국에 온라인 여론전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수사국이 참사 후 작성한 ‘용산 철거현장 사고 관련 조치 및 향후 대응방안’ 문건에는 ‘경찰 입장 대변 기사·논리 정연한 경찰 입장 옹호 게시글·불법 집회성이 부각된 내용이 담긴 동영상 링크 퍼나르기’ ‘직원 1인 1일 10회 댓글 달기’ 등이 담겼다. 구체적인 기사 사례와 언론사별 댓글 성향 등을 분석해 경찰의 온라인 댓글 게시 현황 등을 날짜별로 집계하기도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