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14일 오전 판문점에서 오는 18∼20일 2박 3일 동안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을 진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 일정이 불과 나흘 앞으로 다가온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촉박한 일정이다.
우리 측 실무대표단은 이날 오전 실무회담 장소인 판문점으로 출발했다. 대표단에는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권혁기 춘추관장, 최병일 경호본부장 등 4명이 포함됐다. 당초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던 김종천 의전비서관은 대통령 일정 수행 문제로, 신용욱 경호차장은 국회 일정으로 불참했다.
실무회담에서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일정을 비롯한 세부 일정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남북 정상의 경호와 의전, 정상회담을 제외한 각종 일정도 조율됐다. 200명 안팎으로 결정되는 방북단의 세부 규모 역시 실무회담에서 최종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은 지난 4월 회담 당시에는 행사 22일 전부터 의전·통신·경호·보도 등 분야별로 총 5차례에 걸쳐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준비 작업의 밀도가 이번 회담과는 다른 셈이다. 실무회담 개최가 계속 지연된 이유는 북한 정부수립일(9·9절) 70주년 기념식 여파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실무회담 참석자들이 대부분 9·9절 행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며 “ 북한 내부적으로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실무회담이 늦어지긴 했지만 그동안 물밑으로 협상이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회담 준비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실무회담에서 협의한 남북 간 조율결과를 토대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별 공식수행원을 포함한 정확한 방북단 명단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0일 여야 대표, 국회의장단 등 정치권 인사 9명에게 문 대통령 방북에 동행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는 18명의 경제인이 방북했다. 다만 이번에는 방북단 규모가 3분의 2 수준인 200명으로 줄어든 만큼 방북길에 동행할 경제인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현대차(정의선 부회장)와 SK(최태원 회장), LG(구광모 회장)는 방북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여서 방북 명단에 포함되는 게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는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 등 4대 경제단체장에게도 동행을 요청한 바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