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서 반정부 시위한 러시아 가수 근황 “눈멀고 귀먹었다”

입력 2018-09-14 03:00
표트르 베질로브. 뉴시스


2018 러시아월드컵 결승전에서 정부 항의 퍼포먼스를 하려고 경기장에 난입했던 한 러시아 밴드의 남성 멤버가 눈이 멀고 귀가 먹는 등 이상 증세를 갑자기 보여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밴드 측은 독극물 중독 증세를 의심했다.

푸시 라이엇의 남성 멤버 표트르 베질로브(Pyotr Verzilov·30)는 13일 현재 모스크바 병원의 독성학(toxicology) 집중 치료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다고 러시아 국영통신 타스 등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가 독성학 치료실에 있다는 것은 독극물 중독 증상이 의심으로 된다는 뜻이다. 베질로브의 가족들은 그가 11일부터 현재까지 응급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전했다.

매체에 알려진 것을 종합하면 베질로브는 현재 시력과 청력 기능을 잃었다. 11일 오후 늦게 그가 잠에서 깼을 때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한 것이 시작이었다. 푸시 라이엇의 멤버 중 한 명은 러시아 매체 메두자와의 인터뷰에서 “11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상황은 계속 안 좋아졌다. 시력을 잃은 뒤 말하는 것이 이상해졌으며, 이후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 멤버는 베질로브가 구급 대원에게 “(독성 물질로 의심될 만한)어떤 것도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것을 전했다.

푸시 라이엇은 공식 트위터에 “우리의 친구이자 형제이고 동료인 표트르 베질로브가 소생 중이다. 그의 삶이 위험에 빠져 있다. 우리는 독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성주의 펑크록 집단으로 주로 소개되는 푸시 라이엇은 푸틴 정부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해왔다. 지난 7월 러시아월드컵 결승전에서 경찰복을 입고 경기장에 뛰어들어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경비요원에게 끌려나가면서 러시아의 과도한 경찰력 행사에 항의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쓰러진 베질로브도 경기장에 난입한 멤버 중 하나였다. 그는 이 일로 또 다른 멤버와 함께 15일간 징역을 살았다. 당시 소셜미디어에는 “푸시 라이엇 멤버를 석방해야 한다”는 촉구가 들끓었다.

표트르 베질로브. 뉴시스


푸시 라이엇 멤버들은 과거 모스크바의 한 성당에서 반푸틴 성향을 노래를 부른 일로 2년 형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