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완 교수의 아랍주유기⑰ 쿠웨이트가 메르스의 감염지일까요?

입력 2018-09-13 19:14

북아프리카와 아랍 지역, 그리고 유럽 일부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했던 오스만 투르크는 한때 중동의 절대 강자였다.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 당시 한 유목 부족들이 오스만 제국의 통치에 저항하여 지금의 쿠웨이트 지역에 정착하였다.

차차 오스만 제국의 영향력이 줄어들자 1752년에 Sabah Bin Jaber가 쿠웨이트의 초대 국왕으로 선출되면서 쿠웨이트의 왕조가 시작되었다.

19세기 말 중동지역에 대한 서구 제국주의 침탈이 거세어지자 쿠웨이트는 영국과 보호협정을 체결하고 나라가 식민지로 전락하는 치욕을 막았다.

1961년에 드디어 1899년 영국과 체결한 보호 조약을 양국간의 우호협력조약으로 대체하고 본격적인 독립국가가 되었다.

걸프만의 다른 왕정국가들과 동일하게 국왕이 최고 통치자이면서 군의 최고 통수권자이나 특이하게도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직접 국민들이 투표에 의해 선출한다.

1938년에 부르간 유전에서 처음으로 석유가 발견되었고 1945년부터 본격적인 석유 채굴이 가능하였다. 쿠웨이트는 중동의 주요 산유국으로 석유 수출로 안정적인 국가 경제를 유지하는 나라이다.

1970년대 원유 파동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대규모 국가 자본을 축적하고 중동의 중계무역 중심 국가로 위상을 높였다.

이란 이라크 전쟁으로 지역의 군사대국이 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판을 하고 1990년에 일방적으로 쿠웨이트를 침공하여 쿠웨이트를 이라크의 18번째 주로 강제 편입하였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라크의 침략을 용인하지 않았다. 그 결과 유엔 결의로 다국적군이 결성되고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주도로 치뤄진 1차 걸프전의 승리로 이라크를 몰아내고 쿠웨이트는 해방되었다.

이라크의 침략 이후 쿠웨이트는 국가 안전보장 및 테러 방지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이라크에서 철수한 1만5천명의 미국 병력이 쿠웨이트에 주둔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현재 중동에서 미국과 중요한 군사 협력 파트너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라크에 침략 당한 후로 안보 불안에 시달리고 경제 발전이 침체되었다가 미국의 이라크 전쟁 이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하자 비로서 안보 불안이 해소되고 경제 개발의 고삐가 당겨졌다.

최근 발생한 카타르 봉쇄와 관련된 지역 내의 외교 문제에서 쿠웨이트는 사우디와 카타르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쿠웨이트는 사우디,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이란과 지리적으로 가깝게 위치하고 있어 전통적으로 역내의 중재역을 맡아 왔다.

쿠웨이트는 2017년에 미래국가발전계획으로 “New Kuwait”프로젝트의 시행을 발표했다. 석유의 의존도를 낮추고 이란, 이라크, 사우디를 배후로 두고 있는 지리적 장점을 극대화하여 중동의 물류와 금융 중심지로 발전하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이다.

그래서 현재 국가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전념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신중했던 과거와 달리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쿠웨이트는 보건의료에 대한 수요가 많고 공급이 부족하여 최근 정부 발주로 대형 병원들을 짓고 있다. 향후 이라크 재건 사업이 본격화되면 쿠웨이트는 대규모 재건 사업의 전진기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의료시장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도로와 대중교통망이 부족하여 불편한 점이 많고 종교적으로 UAE보다 더 보수적이며 음주가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어 한국 의사들이 장기간 거주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쿠웨이트에 사업차 다녀온 61세 건설회사 임원이 메르스에 감염되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3년 전의 메르스 파동이 아직 기억에 생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무엇인가 좀 이상하다.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20일 이상을 현지 사업장 부근의 직원 숙소에 머물다가 귀국했다고 했는데 쿠웨이트에서 감염된 이상 같은 숙소에 근무했던 다른 직원들은 어찌하여 단 한 사람도 감염이 되지 않았을까?

중동의 한국인 직원들의 숙소는 큰 집에서 6~7명이 같이 기거하며 대개 네팔인 주방장이 해주는 식사를 같이 먹고 하루종일 함께 어울린다. 의식주를 같이 한 다른 직원들은 멀쩡한데, 왜 이 사람만 감염이 된 것일까?

그리고 쿠웨이트에선 최근 2년간메르스의 감염 보고가 없다. 최근 쿠웨이트 보건부도 쿠웨이트가 감염지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사람이 쿠웨이트의 한 지방에서 20일 이상을 꼬박 지내다가 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쿠웨이트에서 일하는 많은 외국인들은 주말이면 두바이로 놀러 나온다. 저가 항공사 플라이두바이는 아침부터 밤까지 거의 매 시간 한대씩 비행기를 띄운다.

쿠웨이트에서 일하는 유럽인들은 비행기 안에서부터 술을 마시며 주말의 해방감을 만끽한다. 과연 20일 이상을 시원한 맥주 한 모금 없이 쿠웨이트에서 갇혀 살았을까?

2주 정도 쿠웨이트에서 업무를 보다 일이 없는 주말에 두바이로 나와 사막투어를 하면서 낙타도 타고 사우디 사업가를 만나 미팅도 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머리를 스친다.

아무쪼록 철저한 역학 조사로 확실한 감염 경로가 밝혀지길 바라는 심정이다.

기선완 교수는
1981년 연세의대 입학하여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내고 1987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턴트를 마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이후 건양대학병원 신설 초기부터 10년 간 근무한 후 인천성모병원을 거쳐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개원에 크게 기여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중독정신의학이 그의 전공 분야이다. 최근 특이하게 2년 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을 위해 애쓰다가 귀국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