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민사14부(신신호 부장판사 신신호)는 13일 5·18 관련 4개 단체와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 전 대통령과 아들 전재국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날 203호 법정에서 진행된 소송에서 5·18기념재단과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구속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등 5·18관련 4개 단체에 각각 1500만원, 조 신부 조카에게는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 주문을 통해 “회고록 초판 중 문제가 된 일부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는 출판·인쇄·발행·배포를 금지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전두환은 당시 비상계엄 확대와 과잉 진압활동을 한 계엄군 당사자들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변명적 진술을 한 조서나 일부 세력의 근거 없는 주장에만 기초해 5·18 발생 경위와 진행 경과에 대해 사실과 다른 서술을 해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 평가가 내려진 5·18에 대해 다른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무력적인 과잉진압을 한 당사자들의 진술이 아닌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한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인데 이에 대한 증거는 변론과정에 제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전두환 주장처럼 5·18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일 수 있고 서로 다른 견해를 밝힐 수 있다. 국민 각자는 다양한 출판활동을 통해 여러 견해를 피력할 수 있지만 그것은 고증을 거친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한 것이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역사의 왜곡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생전 1980년 당시 헬기 사격을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사탄의 탈을 쓴 신부’ ‘파렴치한 거짓말장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은 ’광주사태 치유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라고 주장해 5월 단체 등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후 법원이 5월 단체 등이 지난해 5월 제기한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에 대한 출판 및 배포금기 가처분을 받아들이자 문제가 된 곳만 검은색으로 덧칠한 뒤 회고록을 재발간하면서 ‘역사왜곡’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5월 단체 등은 암매장과 무기피탈 과정, 광주교도소 습격 등 40곳의 허위사실 적시를 회고록에서 추가로 찾아내 2차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날 1·2차 손해배상 소송을 병합해 판결을 한 것이다.
법원은 5월 단체가 삭제해달라고 요구한 40곳의 표현 중 34곳은 전부가, 2곳은 일부가 허위사실에 해당돼 5·18과 5월 단체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한다고 판단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은 법정에서 “본인의 의견을 표현한 것으로 그 의미를 해석하는 방향의 차이에 불과할뿐 명예훼손 의도가 없었다”고 변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달 출석통보 이후 예고없는 불출석으로 무산됐던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은 오는 10월1일 광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