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위치한 한 사립여자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상습적인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폭로가 나왔다. 학생들은 소셜미디어에 ‘A 여고 공론화 제보 정리’ 페이지를 만들어 피해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페이지는 지난 10일 개설됐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소셜미디어 메시지 등을 통해 들어온 제보를 페이지 운영자가 정리해 공개하고 있다. 재학생은 물론이고, 졸업생까지 과거 자신이 수업 중 들었던 성희롱 발언을 털어놨다. 특히 B 교사에 대한 폭로가 잇따랐다.
◆ “10년만 젊었어도 ○○동에 있는 여자 다 XX었어.”
B 교사는 수업시간마다 듣기 불편한 성적인 말을 했다고 한다. 자신을 2016년 2월 졸업생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수업시간 50분 중 30분을 성희롱으로 채우던 분”이라고 말했다. 여러 학생이 입을 모아 “불쾌했다”고 꼽는 B 교사의 발언은 “내가 이 근방 여자들 다 XX었어” “10년만 젊었어도 ○○동에 있는 여자 다 XX었어”이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B 교사는 “해수욕장에서 여자 비키니 구경한다” “예전에는 (여학생이) 생리라고 하면 혼냈다” “요즘 애들은 화장 떡칠하고 술집 다니는 애들 같다” 등의 발언도 했다. 한 재학생은 “(B 교사가) 칠판에 여성의 상체를 그린 뒤 허리 부분을 가리키며 ‘남자는 여자의 이곳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B 교사가 산봉우리 모양을 그리고서 “어린 여자의 가슴”이라고 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 졸업생은 “(B 교사가) 2014년에 2학년 수업을 하던 중 성매매 업소가 많은 골목에 다녀온 경험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 “여자는 얼굴이 예뻐야 하는데… 못생겨서 공부도 못해”
학생들의 외모 평가를 자주 했다고 지목된 교사는 C씨였다. C 교사는 “못생겨서 말도 안 듣는다” “네가 못생겨서 기분 나빠하는 거다” “미투 하는 거 아니냐. 요즘 무서워서 말을 못 한다” 등의 막말을 했다.
D 교사는 ‘성범죄 사건 발생 이유 중 하나는 여성의 옷차림’이라는 식의 발언을 해 학생들에게 충격을 줬다. 그는 납치 사례를 언급하며 “그 이유 중 하나는 짧은 바지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 수학여행지에서 남학생과 어울려 다니는 다른 학교 여학생 무리를 발견하곤 “시간당 얼마 받느냐. 어느 술집이냐”라고 말한 사실을 A 여고 수업시간에 얘기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학생들의 항의가 계속 나오자 E 교사는 “선생님들이 원인이 있으니 그렇게 말한 것 아니겠느냐”며 “너희 아버지도 노래방 문화인데 안 걸릴 사람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논란이 불거지자 학교 측은 가장 많이 언급된 교사 2명을 수업에서 배제했다. 일부 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공개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전교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는 등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진상 조사를 벌여 가해 교사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