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발달장애인 평생 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했으나 성인기 발달장애인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성인기 발달장애인들이 중심이 된 장애인가족여행과 장애인예술가들의 공연이 추진된다.
13일 사단법인 꿈꾸는마을(이사장 신영미)에 따르면 오는 15일 송도국제도시 G타워와 영종도 씨사이드파크에서 추진되는 5차 장애인가족 당일 여행 프로그램은 섬김의집 성인 장애인들과 부평구 관내 장애인가족 등 15명이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인천시 장애인복지과는 사단법인 꿈꾸는마을을 통해 올해 장애인가족여행을 5차례 진행했다.
특히 행사당일 레일바이크 체험 직후 씨사이드파크 하늘구름광장 야외공연장에서는 공예체험 행사 및 전시회와 함께 ‘내가 당신뒤에’ 공연이 펼쳐진다.
이번 공연에서는 소리꾼 신새봄이 출연해 꿈꾸는마을의 창작곡 ‘인천아리랑’ 등을 들려주게 된다.
스페셜K 국악부문에서 발달장애인 중 최고상에 해당하는 은상을 차지한 ‘평화도시 타악퍼포먼스’ 팀도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게 된다. 단원 5명 모두가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타악퍼포먼스팀 역시 성인기에 안정된 직업을 원하고 있으나 상당수 단원들은 1일 4시간가량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발달장애인 바이올린 연주자 박찬연씨와 발달장애인 피아노 연주자 김지윤씨, 대학생 비올라연주자 고재민씨 등이 출연하는 피아노 3중주에서는 ‘리베르 탱고’와 ‘Time to the Good bye’를 선보인다.
또 발달장애인 자녀와 살고 있는 청인학교 어머니들로 구성된 ‘다인우쿨렐레팀’도 첫 무대에 도전한다.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악기를 배워 자신을 위해 시간을 사용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장애인가족들에게 문화예술 발표무대를 제공하는 것은 자존감 향상에도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인천중구장애인복지관 하모니카팀도 이상윤 목사의 지도를 받고 훈련한 결과를 발표한다.
이 공연에서는 가톨릭관동대 실용음악과 겸임교수인 박래준 교수가 발달장애인 청년보컬들과 함께 로고송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은 엄마들’(가제)을 노래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및 인천시설공단이 공동으로 협약을 통해 성인기 발달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직장모델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면서 “밀알재단이 추진 중인 굿윌스토어처럼 주민들이 옷을 비롯한 쓸만한 물건을 3000~5000원에 사갈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 서비스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발달장애인 50명정도를 고용하는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 일원동의 밀알학교 등 전국의 모든 특수학교와 일반학교 특수학급을 졸업한 장애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 졸업이후 집에 방치돼 더 고립되는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학교 졸업 이후의 성인들에 대해서는 더이상 관심을 가질 형편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사회의 장애인복지관은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자폐인 중 유일하게 인하대에서 문화예술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한 윤은호씨는 “청와대가 발표한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에서 성인기 부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자조모임을 통해 공식적으로 비판성명을 내겠다”고 밝혔다. 박사학위 소지자인 윤씨 역시 사실상 실직자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발달장애인 평생케어가 제대로 되기위해서는 고교 졸업이후 폐인처럼 살아가고 있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모든 책임을 부모에게만 전가하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며 “북유럽처럼 자폐인들에게 1인용 주거를 제공하고, 도심재생지역 곳곳에 문화센터를 만들어 장애인들이 가족의 품을 떠나 사회적 서비스 전달체계 안에서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 인프라가 구축될 경우 실직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문화예술분야의 청년실업 문제도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네트워크 관계자는 “발달장애인들을 사랑으로 품어주는 강사풀을 만들어 적정 급여를 줄 경우 현재와 같이 대통령이 장애부모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일은 더이상 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장애인문화예술축제 개막식에서 노래한 스웨덴의 대표 장애인예술가인 레나마리아는 “가스펠가수로 활동하면서 음반수입을 통해 낸 세금을 비롯 구족화가 및 저술가 등으로 활동하면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자랑스럽게 국가에 세금을 내고 있다”며 “국가는 세금을 내는 나에게 다양한 활동보조인을 지원해 예술활동을 돕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국내 발달장애인들도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 살면서 국가가 제공하는 적절한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부모들이 24시간 장애자녀를 돌봐야 하는 이 지독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발달장애인의 문제를 사회의 다양성으로 이해하는 철학적 근거를 갖출 수 있는 지름길인 셈이다.
정부가 ‘포용적 복지시대의 커뮤니티케어’를 선언만 할 것 아니라 민간역량을 총동원해 공공서비스를 지역사회 단위로 풀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국가와 민간 사이의 공공영역을 확대하기위해서는 기부금에 대한 패러다임을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해 우리나라에서도 필요비용을 20~30% 수준에서 인정하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영종예술단 관계자는 “인천시장애인과 장애인가족여행 프로그램과 공동으로 5차례 공연을 실시하면서 발달장애인 예술가들도 자신감을 얻어 즐거운 무대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면서도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활동을 위해서는 학교 졸업이후 방치된 장애인들의 사회활동을 위해서라도 안정된 연습공간을 공공부문에서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032-751-1823).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