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인자’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영장 기각

입력 2018-09-11 23:23
노조 와해 의혹을 받고 있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 노조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공범으로 볼 만한 소명이 부족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의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경영지원실장으로서 지위에 비춰볼 때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문건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혐의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인사팀장·인사지원그룹장 등 핵심 관련자들의 진술이 보강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 이 부장판사는 “장기간의 수사를 통해 증거가 충분히 수집돼있고 핵심 관여자들 대부분이 구속돼 상호간 말을 맞출 염려가 없다”며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수현)는 지난 7일 이 의장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이 의장은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생긴 2013년 이후 속칭 ‘그린화 전략’으로 불리는 노조와해 공작을 보고받고 실제로 실행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게서 노조와해 공작과 관련된 진행 사항을 수차례 문자메시지로 직접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 의장은 2012~2017년 삼성전자의 인사·노무를 총괄하는 경영지원실장으로 재직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이사회의 의장으로 선임된 후로는 사실상 ‘삼성의 2인자’로 불렸다.

검찰은 지난 4월부터 노조와해 공작에 연루된 삼성 측 임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 7월에는 삼성전자 본사 경영지원실과 이 의장의 집무실, 지난달에는 삼성경제연구소 등을 압수수색해 그룹 차원에서 기획 폐업, 재취업 방해, 노조원 불법사찰 등 노조파괴 전략을 만들어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내려 보낸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 의장에 대한 조사를 끝으로 조만간 노조와해 공작에 연루된 임원들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