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공범으로 볼 만한 소명이 부족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의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경영지원실장으로서 지위에 비춰볼 때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문건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혐의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인사팀장·인사지원그룹장 등 핵심 관련자들의 진술이 보강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 이 부장판사는 “장기간의 수사를 통해 증거가 충분히 수집돼있고 핵심 관여자들 대부분이 구속돼 상호간 말을 맞출 염려가 없다”며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수현)는 지난 7일 이 의장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이 의장은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생긴 2013년 이후 속칭 ‘그린화 전략’으로 불리는 노조와해 공작을 보고받고 실제로 실행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게서 노조와해 공작과 관련된 진행 사항을 수차례 문자메시지로 직접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 의장은 2012~2017년 삼성전자의 인사·노무를 총괄하는 경영지원실장으로 재직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이사회의 의장으로 선임된 후로는 사실상 ‘삼성의 2인자’로 불렸다.
검찰은 지난 4월부터 노조와해 공작에 연루된 삼성 측 임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 7월에는 삼성전자 본사 경영지원실과 이 의장의 집무실, 지난달에는 삼성경제연구소 등을 압수수색해 그룹 차원에서 기획 폐업, 재취업 방해, 노조원 불법사찰 등 노조파괴 전략을 만들어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내려 보낸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 의장에 대한 조사를 끝으로 조만간 노조와해 공작에 연루된 임원들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