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2신] 총대들, 명성교회 세습 사실상 제동… 헌법위 보고 안 받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총대들이 명성교회 목회 대물림(세습)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11일 전북 익산 이리신광교회(장덕순 목사)에서 열린 총회에서는 ‘세습금지법'(헌법 제28조 6항)이 기본권을 침해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헌법위원회의 보고가 있었다. 보고는 무기명 전자투표에 부쳐져 총대 1360명이 투표, 찬성 511표, 반대 849표가 나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2일 예정된 명성교회 세습 관련 재판국 보고에 앞서 과반의 총대들은 세습은 잘못됐다는 세습금지법이 제정될 당시의 취지를 재확인 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김수원 전 서울동남노회 헌의위원장은 세습금지법 조항의 효력 유무에 대한 해석을 총회 헌법위에 질의했다. 헌법위는 “세습금지법은 그리스도 정신이 정한 내용에 합당치 않고 본 교단이 채택하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정치 원리 등에 합당치 않아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며 “수정 삭제 추가 즉 보완하는 개정을 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 해석을 받아들일지를 놓고 명성교회 입장을 지지하는 총대들과 반대하는 총대들의 샅바 싸움이 진행됐다. 헌법위의 의견이 세습금지법의 취지를 부정하며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기에 총대들은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두고 설왕설래를 했다. 헌법위 의견을 받아들이면 세습금지법을 부정하는 게 되며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은퇴하는’이라는 자구로 논란을 일으킨 헌법의 개정이 이 자리에서 바로 이뤄질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은퇴하는’이라는 자구는 명성교회 세습이 적법하다는 재판국 판결의 주요 근거가 됐다. 은퇴한 김삼환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의 청빙은 세습금지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임현철(서울강남노회) 장로는 “‘은퇴하는’이라는 자구를 놓고 세습금지법을 부정한 헌법위의 해석은 재판국이 명성교회의 세습을 적법하다고 판결하는 근거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림형석 신임 총회장은 “헌법위의 해석은 이 문제가 명료하지 않으니 다시 의논하자는 취지로 세습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결국 오후 4시40분이 돼서야 헌법위원회 보고를 받는 여부를 두고 무기명 전자투표에 들어갔다.
림 총회장은 명성교회 문제에 중립적 입장을 보였다. 이날 총회 정회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림 총회장은 “총회 사회자로서 교단 내 특정 의견을 따르지 않고 모두가 발언할 수 있도록 중개자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세습이란 부와 재산을 대물림하는 것으로 기업이나 권력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교회는 이와 다르다”면서 “목회를 대물림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동성애 문제도 총회의 주요 이슈였다. 함해노회 동성애대책위원회(고형석 위원장)는 “동성애 사상은 이단성이 있으며 퀴어신학은 이단”이라는 전단을 배포했다. 전단은 “통합교단과 신학교는 선봉에서 동성애 세력과 싸워야 한다”며 “동성애 인권을 의로 착각하는 자들은 교회를 허무는 자들에게 속고 있는 것이며 하나님은 동성애 인권을 자기 의로 삼은 자들을 반드시 심판하신다”고 주장했다.
림 총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하나님께선 남자와 여자를 창조해 가정을 이루게 하셨기에 동성애는 성경에서 분명히 금한 것”이라며 “동성애를 합법화하며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를 역차별하는 외국과 같이 우리 정부가 동성애를 합법화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통합 1신] 림형석 신임 총회장 “명성 세습 문제에 중립”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림형석 총회장은 11일 명성교회 목회 대물림(세습)과 관련 중립적 입장을 표명했다. 총회 이틀째 림 총회장은 “총회 사회자로서 교단 내 특정 의견을 따르지 않고 모두가 발언할 수 있도록 중개자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림 총회장은 또 “세습이란 부와 재산을 대물림하는 것인데, 그건 기업이나 권력이고, 교회는 이와 다르다”면서 “목회를 대물림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림 총회장은 이날 전북 익산 이리신광교회에서 열린 예장통합 총회에서 별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전했다. 아울러 동성애 성평등 관련 정부의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다음은 림형석 총회장의 취임사 전문.
하나님 앞과 교회 앞에서 심히 부족하고 허물 많은 저를 제103회 총회장으로 세워주시는 하나님께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영광과 경외(敬畏)를 올려드립니다. 아울러 부족한 저를 교단의 심부름을 하도록 세워주신 총대 여러분께 중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교회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일찍 목회 길에 세움 받았고, 오늘까지 오직 목회에 주력해 왔습니다. 목회 밖에 아는 것이 없는 것이 제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총회의 막중한 책임을 감당하기에는 총회적인 경험이 많이 부족 합니다. 그래서 총회에 누(累)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 마음에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한 것은 우리 총회는 원숙(圓熟)한 총대들로 이루어져있어서, 모든 회무와 사건 사업에서, 언제나 혼란을 단순으로, 대립을 일치로, 분열을 화합으로 만들어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교계에 본을 끼쳐왔습니다. 저는 우리 총회의 이런 전통을 신뢰하면서 이번 총회가 그 어느 총회보다도 은혜로운 총회가 될 것을 확신하며 심부름을 하겠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오늘까지 아버님이 목회하시는 모습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아버님께서는 목회와 총회 일에 있어서 아무런 사심이 없이 온전히 자신을 희생하며 매사에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부족하지만, 저도 아버님을 따라가도록 힘쓰겠습니다.
언제나 저의 신앙양심에 따라 진실하게 법과 원칙을 지키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기겠습니다. 총대 여러분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시는 조언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섬기겠습니다. 경험 부족한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조언과 지도로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우리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앞에는 민족통일이라는 홍해가 놓여있고, 우리는 이 홍해를 건너가야 하는데, 뒤에서는 하나님을 대항하는 남북한 무신론 세력이 우리를 공격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세속주의에 오염되어 영적으로 무기력해진 한국교회의 쇠퇴를 걱정하는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통해 동성애, 성평등 정책을 비롯한 차별금지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우리 힘으로 막아내기 어려운 민족과 교회의 위기입니다.
그러나 지난 날 하나님께서는 일제의 압제에서 우리 민족을 구해주셨고, 6.25전쟁의 위기에서도 우리 민족과 교회를 지켜주셨습니다. 지금도 우리가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할 때, 하나님께서 이 민족을 복음 안에서 구해 주실 줄 믿습니다.
이 하나님의 구원은 영적부흥을 통해서만 이루어 주십니다. 저는 우리 교단 안의 67개 노회와 9096교회 271만 성도들의 영적부흥을 위해 매일 기도하며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섬기겠습니다. 이 일은 존경하는 총대여러분들의 간절한 기도와 함께 이루어질 것을 믿으며, 이 땅의 영적부흥을 위해 매일 기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성경적인 진리를 지키기 위한 총회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사랑이 우리의 가정과 섬기는 교회, 그리고 이 땅의 모든 교회와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 위에 넘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익산=우성규 김동우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