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기부천사’ 광주 동구에 10일 3년째 명절마다 쌀 50가마 배달시켜

입력 2018-09-11 16:14 수정 2018-09-11 16:31
지난 10일 조선대 정문 인근 광주 동구청사에 낯선 1t화물차가 덜컹거리며 들어왔다.

속도를 서서히 줄여 현관 앞에 정차한 화물차 적재함에는 누런색 마대자루에 담긴 백미 20㎏짜리 50가마가 실려 있었다.

2016년부터 설과 추석을 앞두고 동구청에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명절 선물을 전달해온 ‘기부천사’의 쌀가마가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구청 현관에 나온 구청 직원은 쌀가마를 싣고 와 내리던 화물차 운전기사에게 “누가 보낸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화물차 운전기사는 “누군지는 나도 모른다. 익명의 동호회가 배달시켜서 가져왔다”는 무심한 답변을 남긴 뒤 바쁜 행보를 재촉했다.

명절 때마다 이어진 기부천사의 익명 기부는 2016년부터 이번까지 6차례 이어졌다. 그동안 300포대의 20㎏의 백미가 동구청에 전달됐다.

동구는 마대자루에 담은 쌀을 3년째 동일인이 보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을 뿐 구체적 단서가 없어 기부천사의 이름 등 구체적 신원파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동구는 기부천사의 뜻에 따라 10여일 앞으로 다가운 이번 추석에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쌀을 나눠주기로 했다.

임택 광주 동구청장은 “명절 때마다 쌀가마를 남몰래 쾌척해주는 익명의 기부자에게 감사드린다”며 “아직도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이들이 많아 세상은 살만하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