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보건당국이 촘촘한 감시망을 가동했다. 밀접접촉자 21명, 일상접촉자 408명(11일 기준)에게 전담 공무원을 붙여 매일 두 번씩 증상을 확인하는 능동 감시를 하고 있다. 적극적인 방역에 나섰으나 감시망에 들어오지 않은 접촉자들이 여전히 있다.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외국인 50여명과 메르스 환자가 탔던 리무진 택시 이용객들이다.
메르스 환자 A씨(61)가 지난 7일 쿠웨이트에서 두바이를 경유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공항에 머문 시간은 26분이다. 그 사이 접촉한 검역원, 휠체어 도우미 등은 이미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격리 조치됐다.
A씨는 차를 가져온 아내와 공항에서 만났으나 “몸이 안 좋아 편하게 누워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리무진 택시를 타고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했다. A씨 아내는 자신의 차로 병원에 갔다. 여기까지 A씨와 접촉한 사람들은 CCTV 등으로 꼼꼼하게 확인을 한 상태다. 삼성서울병원에서도 보호구를 착용하고 A씨를 진찰한 의료진 4명 외에는 직접 접촉자가 없었다.
아직까지 감시망에 들어오지 않은 경우는 A씨가 탔던 택시 승객들이다. A씨가 탔던 택시는 “처음엔 A씨 이후 손님을 받지 않았다”고 알려졌으나 이후에도 24건의 탑승 기록이 확인됐다. 보건당국이 택시의 카드 단말기 기록을 추적한 결과 택시기사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격리되기 전까지 24건을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금 결제한 승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4건 중 22건이 확인됐고 25명이 택시에 탄 것으로 조사됐다. 2건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다.
외국인 50여명에 대한 소재 파악도 진행 중이다. 일상접촉자 408명 중 소재가 불분명해 능동감시 대상에 들어가지 못 한 이들이 50여명 정도다. 보건당국은 경찰, 출입국사무소, 법무부, 외교부 등이 협력해 연락처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이들 모두 ‘일상접촉자’라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특히 A씨가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해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되기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었다는 것도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메르스는 환자의 침이나 콧물, 가래 등 분비물을 통해 감염되는데 A씨가 비행기에 타고 있을 때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없었을 뿐 아니라 감염 초기라 감염력 자체도 낮은 시기였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던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메르스 환자가 (귀국 당시) 호흡기 증상이 없었다. 이런 경우엔 바이러스가 외부로 배출되 다른 사람에게 옮길 기회가 상당히 적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단순히 발열 정도로는 접촉자들이 감염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감염병 전문가인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도 “메르스 자체가 지역사회에서 일반 접촉으로 발생했던 적이 거의 없었다”며 “긴밀하게 접촉한 경우가 아니면 감염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외교부와 협력해 A씨가 머물렀던 쿠웨이트 한국인 직원 숙소의 접촉자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외국인 50여명, 택시 승객 20여명, 쿠웨이트에서 접촉한 20명 등에 대한 조사와 감시까지 이뤄지면 메르스 초기대응 감시망은 촘촘하게 짜여지게 된다. 메르스 잠복기간은 최대 14일. A씨가 확진을 받은 8일부터 14일이 지나는 오는 22일까지의 골든타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메르스 확산 여부가 갈린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