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자신의 친구들에게 성폭행과 따돌림을 당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인천 여중생 사망 사건’의 가해자들이 법원 소년부에 송치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가해자들은 만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에 해당해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돼 논란이 예상된다.
◆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A양의 아픔
여중생 A양은 초등학교 졸업식을 마친 지난 2월 자신의 친구 2명으로부터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가해자들은 A양을 성폭행한 사실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시작했고 이에 A양은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게 됐다. A양은 SNS를 통해서도 지속적인 피해를 받았다. 친구들은 SNS의 익명 채팅을 통해 ‘2:1로 하자’ ‘나랑도 하자’ ‘모텔에서 하자’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성희롱을 했다.
사건 발생 후 두 달이 지나 A양의 언니는 사실을 알고 경찰서에 동생의 피해를 신고했다. 그러나 A양은 막상 경찰서에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진술하지 않았다. 친구들로부터 멀어질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A양은 이후 자신을 성폭행했던 친구와도 계속 연락을 이어갔다. 이 같은 사연은 SBS ‘궁금한 이야기 Y’를 통해 방송되기도 했다. 전문가는 A양이 성폭행 사실을 덮으려고 했던 이유가 “신고했을 때 주변 아이들의 반응 때문에 못한 것”이라며 “가해자 무리가 아이 친구들하고 다 연결이 되어있다. 이 무리가 어떻게 보면 A양 세계의 전부였다. 그들과 적이 되는 게 두려웠을 것”이라 밝혔다.
성폭행 피해 이후 A양은 또 다른 친구들에게 협박을 당하게 된다. A양 언니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A양은 자신의 친구였던 C양이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자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후 화가 난 C양은 이 사실을 자신이 어울리는 집단에 말했고 해당 집단은 노래방에서 A양에게 폭언과 협박을 했다. A양에게 ‘남자친구와 헤어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A양은 심리적인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양 언니는 국민청원을 통해 “가해 학생들은 자신들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보호처분으로 끝날 것’이라 말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강간 가해 학생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은 강간이란 단어를 모른다고 발뺌하기도 했다.
A양의 언니는 “동생 죽음과 연관 있는 가해 학생들의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들은 소년법에 의해 형사 처벌이 아닌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며 “동생과 유가족에게 너무나 불합리하고 억울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국민 청원은 현재 약 8만 9천명이 서명한 상태다. 한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A양의 교사라고 밝힌 네티즌이 국민청원에 참여해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 다시 불거지는 ‘소년법’ 개정 논란
현행 소년법에서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대부분 훈방 조처되거나 소년법에 의한 ‘보호 처분’만 받는다. 법적으로 14세 이하에 있어서는 형사적 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즉 선도를 목적으로 한 경미한 처벌에 불과한 셈이다. 보호처분은 형사적인 처벌에 해당하지 않고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촉법소년 연령을 14세에서 13세로 한 살 낮추자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경찰청이 지난 7월 발표한 ‘2018 상반기 청소년범죄 현황 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피한 촉법소년(10~13세)은 3416명으로 이 가운데 13세 ‘촉법소년’이 2246명(65.7%)으로 가장 많았다. 학생들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범죄를 가볍게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청소년 흉악범죄 사건의 경우 여론은 계속 나빠졌다. 성인 못지않은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학생들이 ‘어른처럼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주장이 들끓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효상 의원은 지난 5일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과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고 소년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촉법소년 나이의 상한을 14세에서 13세로 하향하고 사형이나 무기형의 죄를 범하는 경우 형의 완화를 15년 유기징역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20년으로 상향조정함과 동시에 가석방을 허가할 수 있는 형의 집행 기간을 무기형의 경우 5년에서 10년, 20년 유기형의 경우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가석방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청와대도 ‘소년법 개정’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일 올라온 ‘미성년자 피의자에게도 엄벌을 가할 수 있도록 소년법을 개정·폐지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 인원은 지난 2일 20만명을 넘었다. 청와대에서는 한 달 내에 20만명 이상이 참여한 청원에 대해서는 공식 답변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년법 개정에대해서 조만간 청와대가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재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