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을 지내고 고향에서 ‘시골 판사’의 뜻을 펴기 위해 10일 전남 여수시법원에 첫 출근한 박보영(57·사법연수원 16기) 전 대법관을 맞이한 이들은 민주노총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었다.
민주노총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 40여명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검은색 관용차를 타고 여수시법원에 도착한 박 판사를 향해 확성기와 구호를 외치며 2014년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판결 파기환송 등 사과를 요구했다. 또 양승태 대법원장과 재판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박 판사는 기다리고 있던 민주노총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집회와 항의를 뒤로하고 도망치듯 법원 집무실로 향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박 판사가 지난 과오가 있음을 추궁하러 온 것이 아니라 변화를 만들고 싶어서 왔다"면서 "변화를 만들기 위해 우리를 만나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인생 2막을 시골 판사로 법의 혜택을 보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해 살겠다면 지겨운 전관 예우를 끊고 꽃길을 거부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3명의 대표단을 구성하고 박 판사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강제 퇴거 조치 당했다.
박 판사는 해고 노동자의 면담과 언론 인터뷰는 거절했지만 "고향 쪽에서 근무하게 돼 기쁘다. 초심 잃지 않고 1심 법관으로서 소임 다하겠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간략한 메시지만 전달했다.
박 판사는 대법관 시절인 2014년 11월 쌍용차 해고노동자 노모(당시 41세)씨 등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또 같은 해 8월 철도노조 파업 사건에서 노조 업무방해 1·2심 무죄 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하기도 했다.
박 판사는 지난 1월 6년의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 후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고 사법연수원과 한양대에서 후학을 양성해 오다 지난 1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의 판사로 발령받았다.
여수=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