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26·감바 오사카)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바로 오래 묵은 A매치의 골 가뭄 해소다. 그가 마지막으로 골 맛을 본 경기는 2015년 10월 13일 자메이카전이다.
그간 A매치에서 보인 황의조의 활약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전임 감독들인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냈으나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이정협과 김신욱, 석현준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며 제한적인 출전기회만 부여 받았던 것이 컸다. 황의조 또한 번번이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며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부진한 활약 끝에 신태용 전 감독이 사령탑을 잡은 이후 대표팀에서 완전히 입지를 잃고 말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명단에서도 탈락했다.
많은 이들이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김학범 감독이 그를 와일드카드로 발탁한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도 그간 A매치에서의 부진 때문이었다. 하지만 황의조는 자신에게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던 이들을 비웃기라고 하듯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두 번의 해트트릭을 비롯해 결승까지 7경기 모두 선발 출전하며 9골로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신임 감독 파울루 벤투에게 눈도장을 찍은 것은 전적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 덕택이었다. 황의조의 A매치 발탁은 지난해 10월 모로코전 이후 무려 11개월만이다.
비록 A대표팀 경기와의 수준차이가 있긴 하나 아시안게임에서 보인 황의조와 손흥민과의 좋은 호흡은 긍정적이다. 황의조와 손흥민은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2골, 베트남과의 4강전에서도 1골 총 3골을 합작해 냈다. 2선에 위치한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들과 경합을 펼치며 공간을 열어줬고, 황의조는 이를 최전방에서 확실하게 마무리 했다. 활발한 직선적인 움직임을 통해 어느 각도에서나 슛을 때릴 수 있다는 것은 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황의조가 벤투 감독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득점이다.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에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가져온 쾌조의 골감각을 고스란히 이어가야 한다. 자신감도 한껏 차오른 상황에서 12경기 1골을 기록하며 A매치만 오면 약해진다는 세간의 편견을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시안게임 강행군으로 인한 체력안배 문제로 7일 코스타리카전에선 지동원이 선발 출전함에 따라 후반 교체로 출전했다.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11일 칠레를 상대론 황의조의 선발이 유력하다. 선수 본인 역시 득점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코스타리카전이 끝난 후 황의조는 “국가대표팀은 언제나 설레게 한다”며 “몇 분을 뛰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하다. 득점은 하지 못했지만 팀이 승리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황의조는 이미 한차례 자신에게 직면했던 불신의 벽을 깨고 회의적인 시선을 이겨냈다. 앞선 고난에 비하면 A매치 골가뭄은 그에게 넘기 쉬운 산이다.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긴 태극마크의 주인공이 될 자격을 증명할 때가 왔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