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을 성추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16)에 대해 피해 여중생의 아버지 A씨가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영학은 지난 2월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판결 이튿날 항소했다. 지난 6일 벌어진 2심에서 재판부는 “(이영학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고, 교화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며 사형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A씨는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재판과정이 잘못된 것 같아서 억울하다”며 “(이영학이) 우는 모습을 보면서 죽이고 싶었다. 제 손으로 죽이지 못한 게 한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영학은 지난해 9월30일 서울 중랑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딸의 친구인 B양에게 수면제를 먹여 성추행했다. 이후 B양이 깨어나 저항하자 넥타이로 목을 졸라 살해하고, 사체를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야산에 유기했다. 또 난치병을 앓는 딸의 수술비 명목으로 받은 후원금 8억원을 사적으로 쓰고, 아내를 폭행하고 성매매를 강요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는 사기·무면허·주거침입·절도 등으로 다수 전과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2심 재판부는 이영학을 ‘일반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이 아닌 것으로 봤다고 한다. 당시 재판부는 “(이영학을)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취급해 사형을 내리는 것은 가혹하다”며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면 교화 가능성을 부정해 사형에 처할 정도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는 2심 판결에 대해 “이영학이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기에, 사회에서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2심에서는 이영학의 (불우했다는) 성장과정을 알 수 있는 조사 등이 없었는데 해당 부분이 반영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2심 공판 과정에서는 신문이나 대질도 없었기에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영학은 재판부에 ‘피해자에게 미안하다. 형을 줄여주면 자신의 딸을 위해 목표있는 희망된 삶을 살고 싶다’는 반성문을 다수 제출했다고 한다. 1심 재판부는 이영학이 20여회에 걸쳐 제출한 반성문을 ‘위선’으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반성문 제출 등에서 시정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A씨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목표있는 삶을 살겠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라면서 “내 딸은 무엇이 되냐”고 분노했다.
A씨는 “초등학교 시절 이영학의 딸과 우리 애와 같은 반이었던 적이 있는데, 이영학이 그를 빌미로 제 딸을 불러낸 것 같다”며 “당시 (이영학이) 딸을 핑계로 다른 친구들에게도 연락했지만 우리 애만 연락을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착한 딸과 같이 했던 일상이 생각나 힘들다. 가족들도 죽지 못해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