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야 사람이야… ‘철인’ 손흥민, 시차적응만 몇 번?

입력 2018-09-10 06:00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가운데)이 7일 경기도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친선경기에서 손흥민(왼쪽)을 바라보며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손흥민이 최근 45일 간 12경기를 뛰었다. 3~4일 간격으로 쉴 새 없이 달려온 것이다. 11일 칠레와의 평가전까지 소화하면 두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13번째 경기에 출전하게 된다. 자연스레 손흥민의 체력 관리도 염려되는 상황. 소속팀 토트넘으로 돌아갔을 때 루카스 모우라라는 막강한 경쟁자까지 떠오른 시기에 시즌 초 무리한 혹사로 자칫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염려도 따르고 있다.

손흥민은 이미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벌예선 전 경기에 출전했을 뿐더러 토트넘의 미국 프리시즌 투어까지 소화했다. 비시즌 기간엔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월드컵과 프리시즌 일정으로 그럴 시간이 없었다. 미국에서의 프리시즌 일정이 끝난 후엔 다시 영국으로 가 지난 11일 뉴캐슬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전까지 소화했다. 손흥민의 살인적인 일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바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가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에게 쉴 시간은 없었다. 손흥민은 조별예선 2차전인 말레이시아전에서 교체로 투입된 것을 시작으로 주장 완장을 차고 전경기 소화하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2~3일 간격으로 타이트하게 치러지는 일정속에 한번만 미끄러지면 곧바로 탈락하는 토너먼트에서 손흥민을 뺄 수는 없었다.

생에 첫 우승을 차지하며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곧바로 평가전이 예정돼있었다. 손흥민은 대표팀 선수단과 함께 귀국해 7일 예정되어있는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을 위한 훈련을 시작했고, 2대 0으로 승리했다. 이후 곧바로 11일 남미의 강호 칠레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르게 된다. 손흥민은 팀의 주장이자 벤투호의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기에 칠레와의 경기에서 선발이 아니더라도 출전이 유력하다.

아시안게임의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손흥민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어보였다. 그는 8강 우즈베키스탄 전이 끝난 후 “하루만 푹 자고나면 충분하다. 아직 젊어서 체력에 자신이 있다”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전 세계 각국을 오가며 상상을 초월하는 긴 이동 거리와 잦은 시차 문제에 시달려왔다.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한국과 시차가 정반대인 상황에서 또 다시 적응을 해야 한다.

칠레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에 빛나는 강호이긴 하지만 이번 평가전은 신임 감독 벤투가 선수들의 특색을 파악하고 자신의 철학을 녹여내는 과정에 불과하다. 선수들의 체력 안배까지 포기하면서까지 일찌감치 전력을 쏟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손흥민이 없는 상황에서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위해 다양한 전술과 공격루트를 확인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벤투 감독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을터. 선수 파악에 초점을 맞춘 평가전인 만큼 코스타리카전 선발 명단과는 조금 다른 변화가 기대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