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육군사관생도 무조건 음주 금지, 과도한 기본권 침해”

입력 2018-09-09 10:20

육군사관생도들은 무조건 음주를 금지하는 것에 대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육군3사관학교 출신인 김모씨가 반복된 음주로 퇴학 조치를 당하고 학교를 상대로 낸 퇴학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금주조항은 사관생도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전혀 강구하지 않음으로써 사관생도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사관생도에게 모든 사적 생활에서까지 예외 없이 금주의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사관생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물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다.


대법원은 “퇴학은 학적을 박탈해 사관생도의 신분 관계를 소멸시킨다는 점에서 징계 중 가혹한 처분”이라며 “적어도 교육상 필요 또는 학내 질서 유지라는 징계 목적에 비춰 중한 징계 사유가 있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행해져야 한다”고 했다.

반면 1·2심은 퇴학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1·2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징계처분은 김씨가 한 음주가 범죄에 해당하거나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행동 또는 부도덕한 행동이기 때문은 아니다”라면서도 “스스로 준수를 맹세한 규율임에도 절제심과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규율을 위반한 잘못에 대한 징계”로 퇴학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사관학교에는 음주·흡연·결혼 등을 금지하는 ‘3금’ 제도가 있다. 1·2심 제판부는 이 제도의 취지와 규율 내용, 준수 기간, 교육 목적 등이 생도들의 기본권을 현저하게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2014년 육군3사관학교에 들어갔으나 이듬해 11월 4차례 음주를 반복했다는 이유로 생도대 위원회가 퇴학을 의결했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소송 도중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2016년 2월 졸업했다.

육군3사관학교는 3금 제도로 알려진 품위유지의무 위반 제도를 운영했으나 2016년 3월 사복을 착용한 상태에서는 음주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행정예규를 개정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