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국 여성에게 성추행한 외국인, 입국 불허 정당”

입력 2018-09-09 09:41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내국인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면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받지 않았더라도 입국 불허 조치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외국인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해당되면 입국 불허 조치에 취해질 수 있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중국인 왕모씨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입국불허처분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31일 패소 판결을 했다. 왕씨는 성추행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뒤 입국불허처분을 받았다.

사건은 이랬다. 중국의 한 기업 회장인 왕씨는 지난해 1월 개인비서로 고용한 20대 한국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왕씨는 범죄 전력이 없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고소를 취하했다는 등의 이유로 기소유예를 받았다.

왕씨는 그해 5월 우리나라에 들어오려고 했으나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가 입국을 불허했다.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본다는 게 이유였다. 왕씨는 문제가 된 지난해 1월 성추행 사건에 대해 “상대방과 원만히 합의했고 재범 위험성이 없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여성을 상대로 추행을 한 외국인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안전을 해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 왕씨 전용 비행기록, 참고인 진술 등을 보면 피해자를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했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증명이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입국 불허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왕씨의 주장에 대해 “추행행위를 한 왕씨를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얻는 공익은 이로써 침해되는 왕씨 사익보다 더 크다”고 판단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