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에 호소하고 두려움에 호소하며 한 집단을 다른 집단에 맞추고, 우리와 닮지 않거나 다른 언어를 쓰거나 다른 방식으로 기도하는 사람들만 없다면 질서와 안전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 그것은 오래된 각본입니다. 아주 오래됐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으로 공격했다. 오바마는 트럼프의 “두려움과 분노의 정치”를 11월 중간 선거에서 심판해달라고 촉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일리노이대학을 방문해 현재 미국 사회가 “진보에 대한 반발”의 순간을 맞고 있다며 “트럼프는 그 원인이 아니라 증세”라고 연설했다. 그는 “트럼프는 정치인들이 수년간 부채질해 온 것을 이용하고 있을뿐”이라며 “두려움과 분노는 우리의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우리의 짧은 삶에 격변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별에 맞서는 것은 초당적인 노력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나치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라며 ”사람의 생김새나 기도하는 모습을 공격해서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 민주당이나 공화당 한쪽만이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행하게도 분노와 피해망상의 정치가 공화당에 둥지를 틀었다”고 말했다. 잘못된 일에 대해선 모두가 지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공백이 있을 때, 우리가 투표하지 않을 때, 우리의 기본 권리와 자유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때, 두려움과 분노와 긴장감의 정치가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민주주의는 11월 선거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 대해서는 “백악관에 비밀리에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잘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것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에는 그와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과 같은 굵직한 국제 협약에서 탈퇴할 때마다 무게 있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공화당과 의회까지 지적한 것은 처음이다. 때문에 1년 반 넘게 직접적인 판단이나 발언을 미뤄온 그의 발언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