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벌어진 울산 문수야구장. 오후6시30분 경기 시작 직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관중들이 비를 피할 곳이 거의 없었다. 우의를 사기 위해 매점을 찾았지만 평소 경기가 열리지 않기에 이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많은 관중들은 비를 그대로 맞아야 했다.
그리고 5회초 SK의 공격. 선두타자 이재원이 롯데 선발투수 김원중의 볼을 3루쪽으로 날렸다. 강하긴 했지만 평범해 보이는 땅볼이었다. 롯데 3루수 한동희는 뒤로 흘렸다.
7회초를 삼자 범퇴 처리한 김원중은 8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원아웃까진 깔끔하게 막아냈다. 1사후 SK 노수광이 친 타구가 좌익수 방향으로 떴다. 관중석으로 보기에도 평범한 플라이볼이었다. 그러나 좌익수 전준우는 뒤로 먼저 스타트를 끊은 뒤 급하게 앞으로 뛰어왔지만 결국 2루타를 허용했다. 이어진 대타 강승호에게 2점 홈런을 맞게 되는 빌미가 됐다. 이로써 승부는 완전히 SK로 넘어갔다. 개인 판단 실수도 있겠지만 익숙치 않은 홈(?)구장의 영향도 없다곤 할 수 없다.
지난달 7일 롯데 이대호의 홈런을 빼앗아간(?) 파울폴은 시즌 중이라 이날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KBO의 발표가 있긴 했지만 아무런 현장 조치는 없었다. 당시 이대호가 날린 타구는 파울 라인 연장 선상과 파울폴 사이에 떨어지는 진기한 상황이 벌어졌다. 파울 폴이 파울라인 선상에 있지 않고, 2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 문제가 됐다.
롯데 선수들은 이날 울산 시내 L호텔에 묵은 뒤 경기장으로 나왔다. 사실상 홈이 아니라 원정 경기를 치른 셈이다.
롯데는 NC 다이노스가 창단되기 전인 2010년까지 창원 마산구장을 제2구장으로 사용하다 이후 무대를 문수야구장으로 옮겨 경기를 치르고 있다.
문수야구장은 울산광역시 남구 옥동에 위치한 야구장으로 2012년 9월 28일 착공해 2014년 3월 22일 개장하였다. 관람석은 총 1만2088석으로 고정석(내야)은 8038석, 잔디석(외야)은 4000석, 스카이박스 50석이 설치되어 있다.
구장 크기는 좌·우 펜스까지 101m, 중앙 펜스까지 122m이며, 2014시즌부터 롯데의 제2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롯데가 올해 문수야구장에서 치른 경기는 모두 7경기다. 4월 10-12일 넥센, 8월 7-8일 LG, 9월 6-7일 SK전이다. 제2구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도 청주에서 7경기, 삼성 라이온즈는 포항에서 6경기를 치렀다. 문수구장은 올해 KBO리그 올스타전 개최 장소이기도 하다.
이처럼 롯데를 비롯해 지방구단들이 제2 홈구장을 쓰는 공개적 이유는 부산 등 지역 연고권 내 다른 지역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이다. 처음 개최됐을 땐 지역 주민들의 호응도 매우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7일 경기는 비가 온 탓도 있지만 홈 응원석인 1루 관중석도 꽉 차지 않았다. 원정팀 응원석은 빈 자리가 더욱 많았다.
제2 홈구장이 있는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경기 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관중 수입은 제쳐두고 경기력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를 보듯 제2홈구장의 시설은 여전히 열악하다. 프로야구 구단 경기장 중 인조구장음 고척 스카이돔과, 문수야구장, 포항야구장 밖에 없다. 1년에 6~7경기를 위해 천연 잔디를 깔 수 없다보니 부상 위험이 높은 인조 잔디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조명과 라커룸, 덕아웃, 파울폴 등 매일매일 관리하는 제1구장과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익숙하지 않은 경기장이라는 점에서 홈팀의 이점이 전혀 없다. 홈 경기이지만 시내 호텔에 숙박을 해야 하는 것만 놓고보면 원정 경기나 다름없다.
일각에선 제2홈구장 경기는 프로야구 팬들을 늘리는 좋은 효과 있기 때문에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저하된 경기력을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관중 확대에 도움이 될지는 냉정히 따져볼 때다. 제2야구장 팬들이 원하는 것은 높은 수준의 경기이지, 매년 이어지는 행사성 경기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제2야구장 운영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