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무감각 인권의식, 교통사고로 숨진 고교생 영상자료를 친구들에게 보여줘.

입력 2018-09-08 12:20
경찰의 무감각한 ‘인권의식’이 도마에 올랐다. 교통사고로 숨진 고교생의 사진을 교육자료로 활용해 말썽이 됐다.

피해자의 친구들은 세상을 떠난 친구의 사진과 영상을 보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은 오토바이 폭주를 즐기는 청소년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유족 등이 반발하자 사과하고 자료를 폐기했다.

8일 전남 강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31일 강진 모 고등학교에서 학생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직접 제작한 영상자료 등을 활용해 오토바이 사고를 막기 위한 교육을 했다.

문제는 2분짜리 영상에 지난달 강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농수로에 떨어져 숨진 이 학교 학생 A(17)군의 사고 당시 모습이 찍힌 사진이 포함된 것.

사진은 비록 모자이크를 했지만 처참한 사고 당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고 A군의 친구 등은 그 당시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경찰은 영상자료를 보여주고 사고개요를 설명했지만 영상을 본 학생들은 사진 속 인물이 얼마 전까지 함께 공부했던 A군이라는 사실을 알고 소름이 끼쳤다.

깜짝 놀란 A군의 친구들은 곧바로 이 사실을 유족들에게 알렸다.

경찰은 친구들의 연락을 받은 유족들이 항의하자 영상을 폐기처분했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친’ 셈이 됐다.

경찰은 오토바이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주려는 차원에서 부적절한 사진을 포함했다며 유족 등에게 사과했다.

A군 아버지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무리 교육이지만 죽은 자식의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대로 노출됐다는 사실이 가슴아프다”며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진경찰서 관계자는 “오토바이 사고가 자주 발생해 예방차원에서 영상교육 자료를 만든 것인데 배려가 부족했다”며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취지는 아니었지만 부적절하다고 판단돼 곧바로 사과했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