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인근 아파트·유치원, 잇따른 지반 침하…구청, 민원에도 못 막았다

입력 2018-09-07 13:08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 건물. 뉴시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유치원 건물이 지반 침하로 붕괴 위험에 처한 이번 사고는 불과 일주일 전에 발생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지반침하 사고와 비슷하다. 둘 다 인근 공사장의 터파기 공사의 영향과 많은 양의 비가 내린 탓에 토사가 유실되면서 지반 침하가 일어났다. 두 차례 사고는 주민들이 사고 전부터 관련 민원을 했지만 구청이 제때 처리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지난달 31일 새벽 4시20분쯤 발생한 가산동 아파트의 지반 침하 사고는 인근에서 터파기 공사 중이던 신축 오피스텔 공사장의 토사가 유실되면서 발생했다. 사고가 있기 전 5일간 이 지역에는 148.5㎜ 비가 내렸고, 흙막이가 붕괴되면서 터파기 공사로 약해진 토사가 무너졌다. 6일 오후 11시24분쯤 10도 가량 기울어진 서울상도유치원 건물도 인근 재개발 공사장 때문으로 파악됐다. 이날은 밤 늦게 거세게 내린 비도 흙막이 붕괴에 영향을 미쳤다.

31일 새벽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 사고. 뉴시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사고를 막을 시간은 있었다. 가산동 아파트 주민들은 사고 10일 전 금천구에 “아파트 인근에서 균열이 발생했다”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제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상도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보호자들과 주민들도 동작구에 건물 붕괴 위험이 있다는 민원을 3월부터 했지만 구청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아파트와 유치원은 모두 자칫하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뻔 했다. 가산동 아파트에는 지반 침하가 일어난 도로 바로 앞 동에 76가구가 살고 있었다. 상도유치원에는 아동 122명이 다니는 곳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긴급상황 회의에서 “최근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려 지반침하와 시설물 붕괴의 위험이 상존해 있다”며 “지자체에서는 공사장, 축대, 옹벽 등 취약시설에 대해 특별점검을 해달라”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