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려 했던 서한(사진)이 6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는 11일 발간되는 자사 부편집인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이 서한을 없앤 내용이 담겨있다고 전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라고 부인했지만 CNN이 이날 책에 실린 이 서한의 사본을 입수해 공개했다.
2017년 9월 5일자로 된 서한의 발신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수신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다. 서한은 “미·한 자유무역협정(이하 협정)은 현재 형태로는 미국 경제의 최상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협정문 24.5조에 따라 미국은 협정을 종료하길 바란다는 통보를 하려고 한다. 협정문 24.5조에 규정된 대로 협정은 통보일 180일 후 종료된다. 이 기간에 미국은 양국 모두에 중요한 경제 문제들에 관해 한국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우드워드의 책에 따르면 게리 콘 전(前)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재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FTA 협정 파기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한·미 FTA의 경우 공식 탈퇴하겠다는 서한이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있었으며 서명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하지만 콘 전 위원장이 몰래 빼내 없앴다.
콘 전 위원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롭 포터 전 백악관 선임비서관이 작성한 미국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통보문 초안도 가로챘다. 포터 전 비서관은 문서를 작성하긴 했지만 NAFTA 탈퇴가 촉발하게 될 경제적·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콘 전 위원장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콘 전 위원장은 “내가 이것을 멈출 수 있다. 그(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에서 문서를 빼내겠다”고 답했다.
콘 전 위원장은 나중에 동료들에게 국가안보 보호를 위해 서류들을 훔쳐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문서가 사라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전했다. CNBC는 “콘 전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서 몇 장의 서류를 훔쳐내지 않았다면 미국은 NAFATA와 한·미FTA에서 탈퇴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콘 전 위워장의 일화에 대해 반박하면서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기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공식 서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회사 골드만삭스 사장 출신인 콘 전 위원장은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키로 한 결정에 반발해 지난 3월 사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