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평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3개월 넘게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교착상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관련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북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평양 정상회담’ 의제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특별히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은 북한의 핵시설 신고 및 사찰, 대북 제재,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라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 성과가 도출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정부 소식통은 “북핵 문제는 북·미가 당사자라 남북 정상이 핵시설 신고 등에 대해 합의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번 특사단이 막혀 있던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튼 것처럼 평양 정상회담이 비핵화 협상의 마중물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특사단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 내를 ‘비핵화 시간표’로 제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관련 협상이 탄력받을 수도 있다. 또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발언을 평화협정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함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은 물론 그 이후의 한반도 평화 구축 방안이 구체적으로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상회담 의제는 특사단 방북 결과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대북 소식통은 “정 실장이 미국을 향한 북한의 메시지를 일부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다 공개된 것은 아니다”며 “이 부분은 우리 정부의 설명을 들은 미국이 공개하게 될 것이고, 미국의 반응은 정상회담 의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은 과거 1차, 2차 평양 남북 정상회담과는 상황, 환경이 다르다. 2000년 1차 정상회담 때는 북한 핵 문제가 대두되기 전이었고, 2007년 2차 정상회담은 북한의 1차 핵실험 이듬해였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심화되기 이전 상황이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11년 사이 북한은 다섯 번의 추가 핵실험을 감행했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최대의 압박’으로 치달아 있는 상황이다. 과거 두 차례 회담과 달리 남북 관계에만 초점을 맞출 수도 없고, 경제협력 문제 역시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북한으로선 중국의 입장도 헤아려야 한다. 회담은 남북 정상이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남·북·미·중 4자가 얽혀 있는 회담인 셈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형식은 앞선 평양 정상회담과 비슷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차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항공로를, 2차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육로를 이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분단 극복에 있어 상징성이 더 큰 육로를 통한 방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숙소는 백화원 영빈관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남북 경협 관련 산업현장 시찰도 일정에 포함될 수 있다.
공식 영접은 김 위원장이 직접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과 2007년 회담 때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측 정상을 직접 맞았다. 특히 과거 혼자 영접 나온 아버지와 달리 김 위원장은 부인 이설주 여사와 함께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를 영접할 것으로 보인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