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완 교수의 좌충우돌 아랍주유기⒃UAE 의료시장Ⅱ

입력 2018-09-06 11:56

UAE의 공공기관이나 학교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쉰다. 이슬람 국가에선 금요일이 공식적인 공휴일이고 그래서사적 영업장에서는 금요일을 제외하고 주당 48시간 일하는 것이 정상이다.

사립병원의 경우 토요일에도 근무를 하고, 교대로 일을 하면서 저녁 늦게 까지 문을 여는 경우가 허다하다.

샤르자와 같은 지역에선 아직도 전통상인들처럼 아침에 진료를 하고 낮 시간에 서너 시간 쉬었다가 다시 저녁에 환자를 보는 방식의 진료 일정을 고수하는 병원들도 있다.

일한 지 일년 이상 된 근로자에게 일년에 휴가로 한 달이 주어진다.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휴가 기간에 집에 다녀 올 수 있도록 왕복 비행기표를 제공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슬람이 국교인 국가에서는 종교적으로 신성한라마단, 한 달 기간 동안 엄숙하고 금욕적으로 지내야 한다.

라마단 기간 동안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식사를 할 수가 없다. 해가 떨어져야 비로서 식사를 한다. 금식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공식적으로 하루에 6시간 일하는 것으로 정상 업무 시간에서 2시간을 줄인다. 라마단 기간 동안 공공 업무는 가능하지만 관공서에서 일상적인 업무 이외 새로운 일을 착수하지 않거나 복잡한 사안은 미뤄두는 경우가 많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정하기 때문에 매년 날짜가 빨라진다. 라마단이 끝나면 이슬람 명절인 이드가 시작되는데 이슬람 성직자가 달을 보고 그 시기에 임박해서 이드(Eid)가 언제부터라고 알려 준다.

라마단이나 이드와 같은 이슬람의 중요한 기념일들은 모두 이렇게 임박해서야 정해진다. 이드 명절은 보통 3일 이상이고 공공 영역에서는 공휴일이 겹치면 대체 휴일을 주거나 가운데 낀 날도 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적 영역에선 국가가 공식적으로 정해진 날만 쉴 수 있다. 여름 휴가는 대개 7월과 8월에 걸쳐 가게 된다.

한 여름에는 수은주가 섭씨 50도 가까이 올라 가기 때문에 야외 활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가고 학교도 방학을 하기 때문에 활발한 상업 활동은 어렵다.

그러므로 UAE에서 라마단과 여름 한 달은 정상적인 업무를 기대하기 힘들다. UAE에선 10달 벌어 12달 써야 한다. 10월부터 3월까지는 날씨가 선선하고 좋다.

외국 관광객들도 몰린다. 겨울에 한창 바쁘고 북적거린다. 라마단이나 여름 휴가 철에 세일이나 할인 행사와 같은 고객 유치 활동을 많이 하게 된다.

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병원의 대부분은 영리병원이고 일반 기업과 다를 바가 없다. 환자 유치를 위한 홍보마케팅도 활발하고 심지어 환자 유치를 위해 중개인(브로커)에게수수료(커미션)를 주어도 된다.

한국에서는 부도덕한 상업 행위이며 의료 시장을 타락시키는 불법행위일 수 있는 일들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부다비는 모든 내국인들에게 국비로 의료 서비스를 보장한다.

한국까지 치료를 받으러 오는 대부분의 UAE 사람들은 아부다비에서 온 사람들이다. 외국인들은 직장이 있으면 의료보험을 들 수 있다.

두바이는 두바이에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의무적으로 의료보험을 들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UAE 최대의 보험회사는 독일과 합작한 Daman이다.

우리나라 병원이 Daman과 계약을 하면 UAE에서 온 Daman 가입자를 진료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Daman에서 해외 환자 송출을 극도로 억제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환자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UAE 의료 상황에서 보험 가입자를 무시하고의료시장에서 살아 남기는 어렵다. 허나 신규로 병원을 연 경우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실적이 있어야 겨우 보험회사와 계약이 가능하고 보험수가를 받게 된다.

신규로 받는 보험 수가는 지나치게 낮을 수 있다. 물론 병원에서 환자에게 적절한 수가를 다 받고, 환자는 보험회사에서 수가만큼 환급 받을 수가 있다.

그러나 병원의 명성이 높지 않은 이상 누가 보험수가 이상 돈을 더 낼 것이며, 먼저 자신의 주머니 돈으로 계산을 하고 나중에 환급 받는 복잡한 절차를 받아 들일 것인가?

UAE에 진출해서 병원 사업을 할 계획이 있다면 신규로 병원을 열 것이 아니라 기존에 여러 보험 회사에 가입한 병원을 인수하는 것이 유리하다. 의외로 병원을 접고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의사가 운영하던 병원이나 경쟁에서 낙오하여 매물로 나오는 병원들이 있다.

대학병원의 경우 처음부터 병원을 운영하기 보다는 UAE 소재 의과대학과 협력관계를 맺고 교육과 연구에서부터 교류를 시작해서 신뢰를 쌓고 시장을 파악한 이후에 규모가 큰 교육병원과 협력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UAE에서 교육과 의료에 대한 욕구가 높기 때문에 관계 형성만 잘 되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과대학들이 중동에 진출하는 것이 의료시장 선점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기선완 교수는
1981년 연세의대 입학하여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내고 1987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턴트를 마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이후 건양대학병원 신설 초기부터 10년 간 근무한 후 인천성모병원을 거쳐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개원에 크게 기여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중독정신의학이 그의 전공 분야이다. 최근 특이하게 2년 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을 위해 애쓰다가 귀국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