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캠리 욕설’ 피해 가장이 전한 뒷얘기… “사과 요구했지만 거부 당해”

입력 2018-09-06 11:52 수정 2018-09-06 13:40
도요타 캠리를 탄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엄마에게 심한 욕설을 한 남성의 차량에 사과를 촉구하는 항의 쪽지가 붙어있다. 보배드림 캡처

도요타 캠리를 탄다는 이유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여성 운전자에게 심한 욕설한 남성의 신상이 알려졌다. 성난 시민들은 충북 혁신도시를 찾아 남성의 차량에 사과를 촉구하는 스티커를 붙이며 항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 남성은 주변 지인을 통해 ‘사과할 뜻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은 지난 4일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알려졌다. 충북 혁신도시에 사는 A(39)씨는 지난 6월 아내와 아이들이 한 남성 운전자에게 심한 욕을 들었다며 사연과 함께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A씨는 아내와 아이들이 귀갓길에 위험하게 운전하는 수입 SUV를 향해 경음기를 울렸고, 이 차량이 아파트 입구를 막고 있어 다시 한번 경음기를 울렸다고 했다.

보배드림 캡처

그러자 이 SUV 차량 운전자는 A씨 아내 차량으로 다가와 ‘왜 빵빵거리냐’고 위협하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쏟아냈다. 차에 아이들이 타고 있었지만 욕설을 그치지 않았다. 도요타 차량을 언급하며 ‘친일파 쪽XX’ 등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상에서 공분을 샀다. 시민들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쌍욕을 한 남성을 용서할 수 없다”며 분노했다. 이들은 문제의 남성이 타고 있던 차량을 찾아내 “사과하라”는 내용의 쪽지를 남기고 엄벌을 촉구했다. 남성의 차량에는 수십 개의 항의 쪽지가 붙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 혁신도시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항의에 동참하고 있다. 주민들은 A씨 아내가 우회전하는 남성 차량을 발견하고 경음기를 울린 곳이 사고 다발지역이라고 증언했다. 아파트 입주 후 수차례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외제 SUV 차량의 운전 행태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A씨 아내가 경음기를 울린 것은 방어운전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A씨 아내가 처음 경음기를 울린 교차로에서 발생한 사고. 보배드림 캡처

A씨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3월 아파트 입주 이후 신호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아파트 진입로로 이어지는 교차로에서 4건의 사고가 발생했었다”며 “아내는 사고를 막기 위해 주위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경음기를 울렸을 뿐이다”고 밝혔다.

A씨는 그러면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심한 욕설을 한 남성에게 진심어린 사고를 받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사건 이후 SUV 차량에 붙어있는 연락처로 사과를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다”며 “남성이 사과를 거부하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법에 호소하는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SUV 차주를 모욕죄로 고소한 상태다. 검찰에서 형사조정을 추진했으나 조정현장에 차주가 나타나지 않아 무산됐다.

A씨는 “현재 아내가 큰 충격을 받았지만 수많은 시민들의 응원 덕분에 힘을 내고 있다”며 “SUV 차주가 죗값에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