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본을 휩쓸고 간 제21호 태풍 ‘제비’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일본 북단 홋카이도 지역에서 강진이 발생했다.
6일 오전 3시8분쯤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남동쪽으로 불과 64.8㎞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했다. 쓰나미 경보는 발령되지 않았지만 최초 지진 이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불 꺼진 홋카이도… 병원·학교·거래소도 문 닫아
지진 여파로 진원지와 가까운 홋카이도 중심도시 삿포로는 도시 기능이 거의 마비될 지경이다. NHK방송에 따르면 홋카이도 내 화력발전소가 정지돼 295만 가구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전기가 끊긴 탓에 도마코마이의 한 병원에서는 투석 진료를 취소하는가 하면 주민들이 병원 응급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삿포로 증권거래소에서는 오전 내내 증시 거래가 중단됐다. 삿포로와 하코다테 등 주요도시에서는 초중고교 임시 휴교령이 내려졌다.
홋카이도 관문인 신치토세 공항 건물 천장과 벽이 무너지거나 벗겨졌고, 여러 곳에서 누수가 확인돼 공항 측이 안전진단에 나섰다. 공항 측은 또 이날 국제선과 국내선 터미널을 폐쇄했고, 항공편도 모두 결항됐다. 정전 때문에 신칸센을 비롯한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도마코마이 지역에서는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해 가옥 수십채를 덮쳤다. 도로가 갈라지고, 산사태가 민가를 덮쳐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오전 10시 현재 홋카이도 전역에서 총 125명이 다치고, 20여명이 실종 상태라고 NHK는 전했다.
◇잇따른 재해재난…숨 돌릴 틈 없는 일본
일본은 올여름 유독 다수의 재난 피해를 겪고 있다. 4~5일 일본 열도를 관통한 제21호 태풍 ‘제비’(JEBI)로 11명이 사망하고, 600여명이 다쳤다. 바다를 매립해 건설한 간사이 국제공항이 침수돼 승객과 직원 등 5000여명이 고립돼 발을 동동 굴러야했다.
태풍이 최대 풍속 60㎧의 막강한 위력을 자랑한 탓에 소셜미디어에서는 멀쩡한 트럭이 강풍에 직격탄을 맞고 맥없이 쓰러지는 영상이 다수 공유됐다. 최대 400~500㎜의 폭우와 강풍으로 정전과 단수 사태가 잇따랐다. 특히 삿포로 지역은 태풍 제비 피해에 이어 이번 지진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앞서 일본은 지난 7월 서남부 지역의 기록적인 폭우로 225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터라 이번 태풍과 지진의 충격이 더욱 크다. 폭우가 지나간 다음엔 4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다수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