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대법원 전격 압수수색

입력 2018-09-06 10:30 수정 2018-09-06 10:40
서울중앙지검(왼쪽)과 서울지방법원(오른쪽)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억5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6일 대법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는 ‘각급법원공보관실운영비’로 배정된 예산을 허위증빙서류를 작성해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고위 법관들에 대한 격려금·대외활동비로 사용한 혐의로 대법원 예산담당관실과 재무담당관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의 현 사무실(서울고법)을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2015년 행정처가 3억5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를 각급 법원장 등 고위법관에게 건넨 정황이 담긴 행정처 내부 문건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강형주 당시 행정처 차장, 박병대 행정처장(대법관)이 비자금 조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행정처가 2015년 3월5~6일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주재로 전남 여수엠블호텔에서 전국법원장 회의가 열렸을 때 비자금이 전달된 사실도 확인했다. 서울중앙지법원장 2400만원, 서울고법원장 1600만원, 수원지법원장 1400만원, 인천·부산·대구지법원장 각 1200만원, 대전지법원장 1100만원 등이다. 당시 회의에는 양 대법원장뿐 아니라 박 전 처장, 조용구 사법연수원장과 전국 고등법원장, 특허법원장, 지방법원장, 가정법원장, 법원도서관장 등이 있었다.

대법원은 지난 5일 이에 대해 “예산 편성 취지와 전혀 무관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게 아니라 공보관실 운영비가 2015년 처음 편성된 만큼 법원장들에게 편성 경위와 집행절차 등을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검찰은 “행정처 기조실장이 현금을 받은 법원장들에게 공지문을 돌려 ‘공보관실 운영비는 법원장들의 대외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편성한 경비’라고 설명한 사실까지 확인했다”며 “공보관실 운영비는 법원장이 임의로 증빙 없이 쌈짓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일부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했으나 박병대 당시 행정처장과 강형주 당시 행정처 차장, 임종헌 당시 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전직 법관들의 당시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했다.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자료가 남아있을 개연성이 희박하다”는 기각 사유를 댔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 영장은 예산담당관실, 재무담당관실 등 일반직 사무실에 한정돼 발부됐다”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