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재 정보위원장 “국정원, 북한의 친구 아닌 두려움 대상 돼야”

입력 2018-09-05 21:37

이학재 국회 정보위원장은 5일 “국가정보원장이 남북 혹은 북미 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이 꼭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국가정보포럼(대표 석재왕 건국대 교수)이 국회에서 개최한 ‘한반도 신(新)안보 질서와 정보기관의 역할’ 세미나에서 “(남북 간) 여전한 대치상황에서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국정원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 할 기관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북한이 국정원장을 대화의 통로나 친구로 생각할 수 있을지언정 국정원 자체를 친구로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은 정보기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라며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기관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하지 않되, 꼭 해야 할 일은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석재왕 교수는 ‘국가정보의 유용성과 정치화 위험성’이란 주제발표에서 “정권 인수팀이나 선거직 출신 고위공무원들이 우월적 지위에서 정권 어젠다와 특정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보 생산을 강요할 경우 정보 왜곡과 정치화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석 교수는 정보의 정치화가 대통령 등 정책결정자, 여론, 환경 등의 정보기관 외적 요인과 정보기관 구성원들 특유의 조직문화 및 관료적 성향 등 내적 요인으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영역별로 보면 국내정보, 북한정보, 해외정보 순으로 정치화 경향이 나타나고, 정보활동 면에서는 분석, 수집, 공작, 방첩 등 순으로 정치화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석 교수는 “정보 왜곡과 실패의 원인 가운데 정보의 정치화가 가장 넓게 작용하고 있지만 개선책을 찾기 어렵다”는 진단도 내놨다. 그는 대응 방안으로 국회 정보위 안에 ‘위협 및 정보평가 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청와대와 외교부·국방부·통일부 등 관련 부처 및 정보기관이 안보 위협을 과대 또는 과소평가하지 않도록 국회가 상시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유섭 연세대 교수는 ‘남북관계 변화와 국정원의 역할’이란 발제문에서 “남북관계가 우호적인 때라도 경각심이 필요한 북한의 움직임과 정보를 수집·분석·제공해야 하며, 반대로 적대적 관계 일때라도 긍정적인 북한의 움직임을 분석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보의 수집·해석 방향이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설정되거나 정치적 동기로 왜곡된다면, 정보 실패의 주요한 원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 정보위를 상임위원회가 아닌 상설특별위원회로 운영하고, 정보위 산하에 감사활동을 전문으로 하는 국정감사 소위를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계동 건국대 초빙교수(전 국가정보대학원 연구실장)는 “국정원장이 공개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특사를 맡는 등 대화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데, 미국의 대북정책과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대북정책이 다른 상황에서 과연 객관적인 정보보고가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