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하나다>
<3.8선은 3.8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족시인 ‘김남주’ 시인의 삶과 문학적 유산을 기리는 기념홀이 모교인 전남대에 건립된다. 전남대는 “오는 7일 기념홀 건립추진위 출범식을 겸한 건립계획보고회를 인문대 1호관에서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인문대학 1호관 113호 230여㎡의 강의실을 리모델링해 들어설 기념홀은 내년 2월 김남주 시인 타계 25주년에 맞춰 문을 열 예정이다. 70, 80년대 군사정권에 맞서 반독재 투쟁과 민주화운동에 온몸을 바쳐 싸웠던 김남주 시인을 기리기 위한 기념홀은 추진위가 조성하는 5억원의 건립기금으로 세워진다.
추진위는 전남대와 총동창회, 전남대 민주동우회, 한국작가회의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김남주 시인의 친구, 동지, 선후배 등 관련자들을 포함해 이 사업에 뜻을 함께한 300여명이 고문, 자문위원, 추진위원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양현 집행위원장은 “시인의 정신과 삶의 태도, 그의 문학적 유산은 우리가 길이 보존해야 할 귀중한 자산”이라며 “뜻있는 분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기념홀을 건립하게 돼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정병석 전남대총장은 “김남주 기념홀 건립사업은 전남대학교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정립하기 위해 추진 중인 ‘민주길’ 프로젝트의 핵심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공동추진위원장
김상윤(윤상원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준태(광주전남작가회의 고문), 김효성(광주전남기자협회 회장), 박형선(해동건설 회장), 박창헌(광주치과의사회 회장), 이경자(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 강(전남대 민주동우회 고문), 최병근(광주지방변호사회 회장), 최희동(전남대 동창회 상임부회장), 홍경표(전 광주시의사회장)
시집 ‘진혼가’, ‘조국은 하나다’ 등
反유신투쟁, 남민전 사건 등 옥고
2010년 전남대 명예졸업, 용봉대상
고 김남주 시인은 1980년대 한국 민족문학을 대표하는 ‘민족 시인’ ‘혁명 시인’이다. 사회변혁 운동의 이념을 줄기차게 추구한 ‘전사(戰士)시인으로도 불린다. 1945년 10월 16일 전남 해남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호남의 명문고 광주일고에 입학했다가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에 반대하며 자퇴한다. 이후 검정고시로 전남대 영문과에 입학했다.
대학 재학중 ‘3선개헌반대투쟁’에 참여하는 등 반독재 학생운동을 벌였다. 1972년과 이듬해 전국 최초의 반유신투쟁 지하신문 ‘함성’과 ‘고발’을 제작·배포하다 발각돼 징역 8개월의 옥고를 처음 치렀다. 대학에서 제적당한 후 1974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잿더미‘ ’진혼가‘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작가 황석영 등과 ’민중문화연구소‘ 등을 결성한 그는 평생 혁명적 시로 한국문단을 일깨웠다.
1979년 반유신투쟁 지하조직인 남민전 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광주교도소 등에서 9년3개월동안 옥살이를 하다 국내외의 석방운동에 힘입어 1988년 12월21일 석방됐다. 그는 옥중에서도 교도관 몰래 수많은 옥중시를 써 외부에 비밀리에 보냈다. 옥중시들은 80년대 우리사회 변혁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석방된 뒤에는 각종 재야집회에서 시낭송을 통해 만인의 심금을 울렸다. 한국문학의 큰별이던 그는 옥중에서 얻은 지병으로 투병하다가 1994년 2월 13일 49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그의 장례는 ‘민족시인 고 김남주선생민주사회장’을 치러졌고 유해는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 안장됐다.
2000년 5월20일 기념사업회와 광주전남작가회의 주최로 광주 비엔날레공원에 대표작 ‘노래’가 수록된 ‘김남주 시비’가 제막됐다. 유족으로는 박광숙 여사와 아들 토일군이 있다.
시집으로 ‘진혼가’, ‘나의 칼 나의 피’, ‘조국은 하나다’, ‘솔직히 말하자’, ‘사상의 거처’, ‘이 좋은 세상에’ 등이 있다. 또 산문집 ‘산이라면 넘어주고 강이라면 건너주고’, ‘시와 혁명’, ‘불씨 하나가 광야를 태우리라’ 등을 발표했다. 번역서로는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아타 트롤’, ‘은박지에 새긴 사랑’, 등을 남겼다.
신동엽창작기금, 단재문학상, 윤상원상, 민족예술상, 파주북어워드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2010년 전남대학교에서 명예졸업장과 용봉인 영예대상을 받았다.
그동안 시인의 친구와 선후배 동료들을 중심으로 시인의 해남 생가 복원과 김남주기념사업회(회장 김경윤) 중심의 ‘김남주 문학제’ 개최 등 고인을 기리는 다양한 사업들이 전개돼 왔다. 고인 서거 20주년을 기념해 ‘김남주 시전집’(염무웅·임홍배 엮음)과 ‘김남주 산문전집’(맹문재 엮음) 간행을 통해 시인이 남긴 작품을 총괄 정리하기도 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