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공적인 영역에서 기독교 복음의 영향력이 상실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진 가운데 학창시절 학생신앙운동(SFC)으로 뭉쳤던 이들이 다시 모였다. SFC 동문들은 지난 4일 서울 광진구 시민교회에서 2018 SFC동문영역운동포럼을 열고 복음의 공공성 회복을 외쳤다.
앞서 SFC 총동문회는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2015년과 2016년 5번의 포럼을 가진 바 있다. 이번 포럼 역시 기독교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세속화의 강력한 물결 아래 복음의 공공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이날 포럼엔 전국 SFC 동문, 간사, 목사 등 100여명이 모였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장세훈 국제신학대학원 교수는 스가랴서 7~8장을 언급하며 “(복음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선) 삶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가랴는 옛 선지자들의 예언을 통해 금식과 같은 내적인 경건 훈련이 외적인 삶의 실천으로 반드시 연결돼야 함을 역설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여러 종류의 예배와 성경공부, 기도회, 제자 훈련 및 다양한 양육 프로그램이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영적인 필요를 채워 주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의 윤리 인식과 실천적 삶에 대한 관심은 종교적 행사나 의식에 대한 열정에 비해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세습을 감행하는 목회자가 있다면, 성도들에게는 성경의 말씀을 강조하며 가정의 순결을 중요시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아내 혹은 남편 몰래 불륜을 저지르는 교회 지도자가 있다면 성전의 제사만을 외치며 불의를 일삼았던 옛 이스라엘 백성들과 무엇이 다르겠느냐”고 꼬집었다.
해당 발제에 논찬자로 나선 김승무 SFC동문영역운동 본부장은 좀 더 신랄한 목소리로 한국 교회 현실을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한국 교회는 빛을 좋아한다. 그러나 소금이 되려고 하진 않는다”면서 “밝게 빛나는 자리에 있는 건 좋아하지만 없어 사라지는 자리엔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세상의 소금이 돼 자기를 죽여 부패를 막을 때 비로소 공의가 실현이 된다”며 “성경 말씀에도 소금이 먼저 나오고 빛이 나중에 나오지만 우린 ‘빛과 소금’에 익숙해져 있는 삶을 산다”고 말했다.
장 교수에 이어 발제자로 나선 송영목 고신대학교 교수 역시 현 시대를 “창조와 구원의 하나님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공공의 삶은 중립적이고 비(非)·탈(脫)기독교화 돼 간다”고 진단했다. 그는 “교회는 세상을 밝히는 전력을 생산하는 ‘전기발전소’와 같고, 세상 속에서 활동하는 성도 개인은 충전돼 전력을 세상에 내보내는 ‘전선’들과 같다”며 “세상을 위한 교회가 되려면 교회는 세상을 이해하고 이해시킬 뿐 아니라 더불어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선결돼야 할 과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음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선 세대와 교파별로 다원화된 교회가 공적 이슈에 대해 어떻게 통일된 목소리를 낼 건지, 그리고 복음의 공공성에 관한 정보나 관심이 없는 크리스천에게 어떻게 알리고 실천으로 옮기도록 할 수 있는지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교회의 공공성 운동은 소수 크리스천의 지적 유희나 기존 신학의 또 다른 세련된 표현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FC총동문회 그리스도인이 개혁주의 성경적 원리에 따라 개인적 삶과 교회와 사회를 변혁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영역운동매뉴얼Ⅱ 제작을 준비 중이다. 앞서 SFC총동문회는 5번의 포럼의 결과물로 지난해 1월 영역운동매뉴얼Ⅰ을 발간한 바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