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회의원 공무원 해외출장 지원’ 조사, 한 달 지나도 ‘감감’

입력 2018-09-05 08:11


공공기관들의 국회의원, 지방의원,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에 대한 해외출장 지원 실태조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조짐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해외출장 부당 지원 소지가 있는 기관’의 명단을 통보하고 감독기관에 조사 결과를 보고하라고 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4일까지 조사 결과를 단 한 건도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익위는 지난 7월 26일 해외출장 부당 지원 소지가 있는 기관 22곳의 명단을 발표하고 이를 각 기관의 감독기관에 통보하면서 추가 조사를 요구했다. 권익위의 1차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감독기관들이 출장 내역에 실제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보라는 취지였다. 당시 권익위는 국회의원 38명, 지방의원 31명, 상급기관 공직자 11명 등 공직자 96명이 22개 기관으로부터 부당 지원을 받은 소지(청탁금지법 위반)가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국민일보가 감독기관 16곳(고용노동부 교육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여성가족부 외교부 통일부 산림청 원자력안전위원회 강원도 경상남도 경상북도 전라북도 서울시 성남시 수원시)을 전수 조사한 결과 자체 조사를 마친 기관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권익위 관계자도 “조사 종료 후 10일 이내 권익위에 결과를 통보하도록 돼 있는데 아직 통보한 기관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권익위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소속 기관 및 감독기관은 추가 조사를 거쳐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수사의뢰나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 외유성 출장의 주요 통로로 지목돼 논란이 됐던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도 아직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달 31일까지 자체 조사를 마치겠다고 했지만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코이카 관계자는 “조금 더 사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독기관인 외교부도 “사안이 워낙 복잡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조사 중인 기관 대부분이 내부적으로 ‘위법 소지가 없다’는 결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기관 관계자는 “우리는 위법 소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그래도 청탁금지법 소관 기관인 권익위가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문제 없다’고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B기관 관계자도 “권익위 요구에 따라 출장 내역을 확인하고 있지만 권익위가 바라보는 시각과는 조금 다르다”고 주장했다.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도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면 수사의뢰 등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의원 38명과 관련한 출장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 정치적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 앞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권익위로부터 38명 의원 명단을 전달받았지만 피감기관들의 자체 판단이 나올 때까지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판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