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2달이나 감금돼 있었다. 남성 12명이 소녀를 성폭행하고 고문했다. 엄마가 애끓는 마음으로 딸을 기다리는 동안, 그들은 소녀의 몸에 조잡한 문신을 빼곡하게 새겼다. 우여곡절 끝에 살아 돌아온 소녀는 지역 방송에 나가 호소했다. “그들이 나를 파괴했어요.”
모로코가 17세 카디자의 사연에 분노하고 있다. 카디자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지역방송인 슈프TV에 출연해 “남성 2명에게 납치당한 뒤 고문과 강간에 시달렸고, 매춘까지 강요당했다”고 고백했다. 억지로 마약도 복용해야 했다고 한다.
카디자가 납치된 건 6월 중순쯤이었다. 당시 이슬람국가들의 단식기간인 ‘라마단’ 중이었던 터라 카디자는 친척집에 머물고 있었다. 남성 2명이 카디자를 납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남성들에게 돈과 마약을 받고 팔았다. 카디자의 끔찍한 기억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남성들은 카디자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성매매를 강요했다. 성매매를 하지 않을 때면 그들이 카디자를 강간했다. 담뱃불로 카디자의 몸을 지지기도 했다. 몸을 씻게 하지도, 음식을 주지도 않았다. 카디자가 약에 취하면 몸에 문신을 새겼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무늬들이 카디자의 팔, 다리, 목 등에 하나둘씩 생겼다.
이들은 지난달 중순쯤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놔주겠다”며 카디자를 풀어줬다. 돌아온 카디자를 본 가족은 경악했다. 무슬림 가정에서 성범죄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경찰에 신고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카디자의 엄마는 “하지만 딸이 (신고를) 고집했다”며 “난 그저 딸의 뜻을 따랐다”고 지난달 30일 워싱턴포스트에 밝혔다.
엄마는 “왜 하필 내 딸이어야 했는가. 그들은 짐승이란 말인가”라며 “딸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수나 있겠는가”라고 호소했다.
모로코 내에서는 카디자에게 치료 비용이나 심리 상담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신을 지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일부는 모로코 국왕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모로코 출신 작가이자 영화 제작자인 압델라 타이아는 ‘우리는 모두 카디자다’라는 제목의 진정서를 썼다. 수만명이 이 진정서에 서명했고, 카디자 가족을 돕겠다는 손길이 모로코 안팎에서 쏟아졌다. 카디자와 함께한다는 뜻의 ‘#JusticePourKhadija’ 해시태그도 소셜미디어에서 퍼지고 있다.
현재 용의자 12명은 납치 및 강간 등 혐의로 구금돼있다. 최초 수감됐던 용의자는 14명이었으나, 카디자가 이 중 2명은 납치범이 아니라고 진술해 풀려났다. 첫 심리는 6일에 열릴 예정이다. 용의자들의 나이는 18세~27세 사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