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화석·핵연료 사용 않는 햇빛발전에 앞장서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가능성 보여야”

입력 2018-09-04 10:56
유해근 나섬교회 목사가 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교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생명경제 2차 세미나’에서 나섬교회의 햇빛발전소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서울 광진구 나섬교회(유해근 목사)는 2014년 교회가 설립한 재한몽골학교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했다. 총 공사비로 1억3000여만 원이 들었는데 절반은 에너지관리공단의 보조를 받았다. 이렇게 시작한 햇빛발전소는 현재 교회와 학교의 월평균 소비전력 60%를 충당하고 있다. 햇빛발전소 아래 공간엔 버섯온실을 짓고 발전된 전기로 제빵교실을 운영해 몽골 등 여러 국가 이주민의 자립을 돕고 있다.

서울 중구 서울제일교회(정원진 목사)는 탈핵운동을 계기로 교회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했다. 2016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장을 살펴본 교인들은 교회 내 ‘탈핵실천모임’을 결성하고 탈핵 실천 방안을 논의하다 교회 내 햇빛발전소 건립을 제안했다. 5년 약정헌금 방식으로 기금을 마련한 교회는 올해 2월 햇빛발전소를 완공하고 발전을 시작했다. 생산 전력은 사용치 않고 한국전력에 판매하는데 수익금은 선교기금으로 활용키로 했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소장 신익상)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사무총장 이진형 목사) 등 기독환경단체 7곳이 3일 주최한 ‘한국교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생명경제 2차 세미나’에서 발표된 교회 햇빛발전소 사례들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등 주요 교단에서 활동 중인 환경운동가 및 교회 햇빛발전소에 관심 있는 이들이 참석했다.

‘교회 햇빛발전소 설치 이론과 실제’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나섬교회(예장통합)와 전농교회(기감), 서울제일교회(기장)의 햇빛발전소 운영 사례를 청취했다. 이들은 발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햇빛발전소의 안정성과 수익성, 시설 견적 및 유지·관리 방안을 집중 문의했다. 이 시간엔 교회 햇빛발전소 설치 경험이 있는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직접 답변에 나서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세미나에서는 기후변화 대안으로 한국교회 전반에 햇빛발전소가 확장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진형 기환연 사무총장은 “오늘 발표한 교회뿐 아니라 한국교회 내 햇빛발전으로 본을 보일 수 있는 교회들이 많이 생겨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 각 교단들이 머리를 맞대 기후변화 시대에 교회가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햇빛발전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익상 소장도 “화석·핵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문제는 그 어떤 정치·경제적 고려보다 우선해야 하는 문제”라며 “우리 사회에 교회를 통해 햇빛발전이 확산된다면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새로운 에너지 공동체의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