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최근 들어 부쩍 자주 당 공식회의에서 ‘톡톡 튀는’ 표현을 동원해가며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당정청을 불러 모아 적폐청산을 강조한 것에 대해 “경제 과목 낙제점 받은 학생이 공부하라 했더니 공부는 안하고 교실 청소한답시고, 완장차고 돌아다니면서 청소상태 불량하다고 윽박지르겠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이미 시들시들 중병을 앓고 있는 마당에 한 가지 치료법만 고집하는 돌팔이 의사의 몽니로 경제가 아예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릴 수 있다”고 했다. 야당의 비판에도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계속 밀고가겠다는 여권을 돌팔이 의사에 빗대 비판한 것이다.
이밖에도 김 원내대표는 지난 1주일 사이에 다양한 표현을 써가며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자동차가 잘 안 나가는데 정부가 계기판만 조작하려고 하고 있다(통계청장 경질 관련, 지난달 31일 원내대책회의)”
“설마 이번에도 한국은행 조사가 잘못됐다면서 한국은행 총재를 갈아치우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 하락 발표 관련, 지난달 30일 비상대책위원회의)”
“쇠귀의 경(經)이 아니라 쇠귀에 랩을 해도 알아들을 판에 어떻게 된 게 민주당과 문 대통령만 몽니를 부리고 있다(소득주도성장 고수 비판, 지난달 30일 비상대책위원회의)”
“야당 입장에서 한 곳만 패려고 해도 대상이 너무 많아 버거울 지경(문재인정부 2기 개각설 관련, 지난달 28일 원내대책회의)”
앞서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한국당 의원 연찬회에서 당 소속 의원들에게 “대중의 이목을 끌만한 강렬하고 자극적인 메시지가 필요하다” “정치인은 대중이 쓰는 말로 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복잡한 컨텐츠’가 아니라 ‘속 시원한 사이다’” 등의 내용을 설파했다. 최근 김 원내대표의 톡톡 튀는 발언도 이러한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들에 대해 한국당의 한 의원은 “눈길이 가는 표현인 만큼 예전보다 더 전달력이 있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아무리 좋은 메시지라도 뇌리에 박히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좋은 시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 일각에서는 여전히 “자칫하면 굉장히 경박해 보일 수 있다”며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김 원내대표가 집요한 대여(對與) 투쟁을 언급하며 ‘한 놈만 팬다’는 영화 대사를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품격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가 계속해서 튀는 표현에만 치중하다보면 사안의 본질이나 야당으로서의 대안 제시에 소홀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