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란…“국민 법감정 고려” vs “실증 효과 검증 필요”

입력 2018-09-04 06:02

소년사범 중 흉악범과 성폭력사범이 늘어나면서 청소년에 적용되는 처벌 규정에 대한 논쟁이 활발해지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게는 소년법이 적용된다. 소년법은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에 대해 처벌보다 품행 교정과 보호처분 등 필요 조치를 취해 범죄를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소년법의 대상이 되는 나이는 만 14세 이상부터 만 19세 미만이다.

소년법의 대상 ‘소년’에 대해 내려지는 처벌은 최대 징역 15년형. 처벌 대상 소년이 2년 이상 유기징역형을 받을 경우 단기는 5년 이하, 장기는 10년 이하 징역까지로만 처벌할 수 있다. 대상 소년이 사형과 무기 징역형을 받는 엄중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최대 15년형이 구형된다. 또 형법 제9조에서는 14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형사처벌을 내릴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소년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처벌이 약하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소년사범의 수는 2000년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에 있다. 지난해 소년사범은 8만4026명으로 전년보다 3251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6년 4238명에 불과했던 소년범죄 중 흉악사범 비중은 지난해 6226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 성폭행 소년범은 3195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3000명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6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미성년자 성폭행범 처벌 강화’ 청원은 소년법 개정 논쟁을 촉발시켰다. 소년법 폐지·개정을 요구한 청원인은 “성인은 바로 구속수사가 가능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은) 학생이라는 이유로 죄를 지어도 벌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며 “법의 심판을 합당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법의 허점을 노린 청소년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증가 추세인 청소년 흉악범죄는 소년법 개정 여론 형성에 영향을 줬다. 또래 여중생을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폭행한 뒤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과 초등학생을 유괴 후 토막살인한 ‘인천 초등생 살인’, 또래 고교생을 노래방·산 등에서 집단으로 폭행·성추행한 ‘관악산 집단폭행 사건’ 등으로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법감정이 형성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청원이 등록된 지 50일 만인 지난달 23일 김상곤 당시 교육부 장관이 답변을 남겼다. 그는 답변에서 “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의 기준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는 소년법 자체의 개정·폐지가 아닌 형법 제9조 개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답변 당시 법무부 관계자 역시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적용되는 소년법은 여전히 기존대로 유지된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년법 적용 연령을 낮추는 등의 처벌 강화책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9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촉법소년) 만 14세 기준이 국제적으로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며 “물론 요즘 청소년들의 성숙도가 높아 이제 중1도 중1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직도 중1 중에 미성숙한 인격을 가진 학생도 많이 있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차미경 대한변호사협회 여성위원장도 3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소년사법제도의 발전 방향 학술대회’에서 “소년법 연령제한을 낮춘다고 해도 법원이 이를 적용할 지 의문이다”라며 “소년 강력범죄에 대한 일반적인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한편 법무부는 시민들의 법감정과 개정으로 인한 실증적 효과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촉법소년 연령을 조정하는 것에 대한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실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청소년 폭력 예방 보완 대책’을 발표하고 형사미성년자와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는 형법·소년법 개정 연내 추진 방안을 담았다.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 연령이 낮아진 통계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