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에서 퇴계 이황 선생의 친필 ‘만장(輓章)’이 무더기로 출토됐다.
3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이 만장은 지난해 퇴계 선생의 처삼촌인 안동권씨 가일문중 권광의 묘를 453년 만에 이장하면서 발견됐다.
만장 또는 만사(輓詞)라고 불리는 이 유물은 죽은 사람을 애도해 지은 글 또는 그 글을 명주나 종이에 적어 기(旗)처럼 만든 것이다. 장사 때 상여를 따라 들고 가기도 한다.
이번에 출토된 만장은 임진왜란 이전의 것으로 추정되며, 퇴계 선생을 비롯해 서애 류성룡의 아버지 류중령이 지은 것 등 모두 14점이다.
여기에는 길이 128㎝ 너비 39㎝ 크기의 한지에 40자의 5언 율시가 적혔으며 고인의 공덕을 기리는 내용이 담겼다. 또 양쪽 끝에는 연꽃 그림이 그려져 있다. 퇴계 선생의 대형 친필이 발견된 이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장은 출토 당시 습기를 머금어 떡처럼 붙어 있었다. 한국국학진흥원으로 옮겨져 습식 세척과 아교 포수 과정을 거친 뒤 현재 이물질 제거 작업 중이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유물은 퇴계 선생 등 당대의 대학자 선비들이 남긴 친필 만장이고 내용이 문집이나 다른 문헌에 전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며 “보존처리를 거쳐 올 연말쯤 공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