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찰, ‘사법농단’ 수사에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까지 투입

입력 2018-09-03 17:05 수정 2018-09-05 19:04
서울중앙지검(왼쪽)과 서울중앙지법(오른쪽)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주말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를 관련 수사에 전격 투입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애초 박근혜정부와의 재판거래, 진보 성향 법관에 대한 사찰 의혹으로 시작된 수사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정치권 로비, 법원 관련 수사 무마 의혹 등으로 확대됨에 따라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김창진)는 지난 2일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기 법원행정처의 각종 ‘사법 농단’ 의혹 규명에 나섰다. 그간 관련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3부가 전담하고 있었다. 특수4부까지 투입되면서 수사 검사는 20명을 넘게 됐다. 수사관 등 수사 지원인력까지 합치면 100명에 가까운 인원이 투입된 것이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비슷한 규모다. 검찰 관계자는 “사법 질서를 뿌리까지 흔든 이번 사건은 국정 농단 사건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진상 규명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했다.

특수4부 투입은 수사 대상이 대폭 확대된 현 상황과 관련이 깊다. 이 수사는 애초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로 드러난 의혹을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원세훈 재판’ 개입 의혹,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사찰 의혹이 특조단 조사 결과로 불거졌다. 하지만 검찰이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문서 파일 8000개가 담긴 USB메모리를 발견하면서 수사가 급격히 확대됐다.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각하·기각 거래 의혹,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거래 의혹 등의 진행 과정에서 행정처와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거래를 했다는 정황이 ‘임종헌 USB’를 통해 속속 드러났다.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법원에 대한 검찰 수사 여러 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정황도 새롭게 포착했다. 고영한 전 행정처장(대법관)은 ‘부산 스폰서 판사’ 사건을 덮기 위해 2016년 부산고법에서 진행됐던 건설업자 정모씨의 항소심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문모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향응을 받고 정씨 측에 재판 정보를 유출했다고 한다. 고 전 처장은 항소심에서 정씨가 유죄를 받아야 검찰이 문 부장판사 비위 건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당시 윤인태 부산고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소심 개입을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행정처가 최유정 변호사와 김수천 부장판사가 개입된 ‘정운호 게이트’ 사건, 서울 서부지법 소속 집행관들이 1억원이 넘는 인건비를 빼돌린 ‘법원 집행관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기밀을 빼돌려 향후 파장에 대비한 문건도 검찰이 확보해 수사 중이다.

상고법원 설립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 로비를 시도한 부분도 규명해야할 대상이다. 검찰은 행정처가 상고법원 추진 과정에서 편의를 얻는 대가로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연루된 재판에 개입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와의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헌재 파견 법관을 시켜 헌재가 논의 중인 사안을 몰래 유출했다는 정황도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 수사의 가장 큰 장애물은 영장 기각이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들은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의 90%를 기각하며 ‘제식구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영장 기각 명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수사로 ‘법원 재판의 독립성’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평가가 높기 때문이다. 한 소장 판사는 “재판개입이 실제 이행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영장을 계속 기각한다면 사법 신뢰도는 더욱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