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경북대 기숙사 신축 근황’이라는 게시물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경북대학교 총학생회 측에서 공유한 것으로, 구호가 다양하다. 주로 학교 주변의 원룸 임대업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으데 학교 일에 임대업자가 껴드나?’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목표는 1210명 원안’ 등 다양하다.
경북대는 2014년 제2생활관 건축을 확정하고 건축을 추진했다. 제2생활관은 교내 부지 2만2388㎡에 건립되며 지하 1층·지상 14층 규모다. 원안 대로라면 총 608실로 학생 1209명이 수용된다. 공사가 원활히 진행되면 내년 7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제2생활관 건립은 이미 여러번 미뤄졌다. 2014년에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불공정 심사 논란이 일어 착공이 중단됐다. 학교 측은 이 문제가 일단락된 지난해 7월 착공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당시 지역 주민들은 ‘기숙사건립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공사장을 점거, 차량 진입을 막으며 공사 진행에 반대하고 있다. 대책위 측은 “원룸 건물주들이 대부분 60~70대 노년층으로 자취생들의 월세를 받아 생활하고 있다”며 “기숙사가 신설되면 생계 유지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북대 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은 제2생활관 건축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경북대 학생회 관계자는 “2010년 이후 끊임없이 낙후된 시설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며 “여러 고비를 지나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는데 지역 주민이라는 이유로 학생들 복지에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역 국회의원까지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정태옥(무소속) 의원은 경북대와 원룸업자 측과 협의해 기숙사 정원을 332명 감축하기로 했다. 공사 중인 기숙사 정원을 100명 감축하고, 기존에 있던 기숙사 4인실은 2인실로 개조해 정원 232명을 줄인다는 것이다.
합의안 대로 기숙사가 지어지는 경우, 경북대의 기숙사 수용률은 22%가 된다. 현재 경북대에는 2만2000여명의 재학생이 있는데, 기숙사 수용률은 18%에 불과하다. 제2생활관이 예정대로 건설된다 하더라도 교육부 권고 기준 25%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경북대 학생회는 “실제 생활할 학생의 의견은 듣지도 않은 채 그걸 ‘합의’라고 부르고 있다. 정 의원 본인에겐 표밭 관리겠지만 경북대생들은 주거권과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이들은 학교 측과 지역주민 측 ‘합의’가 진행된 당일 규탄 성명을 내고 “대학 본부는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해 기숙사를 원안대로 건립하라”며 “기숙사 임대업자들은 ‘자칭’ 기숙사 건립 반대 위원회를 해체하고 총장은 해당 사안에 책임져 학생들에게 정중히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원룸업자 대책위 측과 문서로 합의한 건 없지만 인원 감축은 구두로 합의한 상황이라 안 지키기도 어렵다”며 “합의 당시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