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팀의 1번 타자하면 발이 빠르고 선구안이 좋은 선수들의 몫이다. 상대 투수의 투구수를 최대한 늘려 팀 동료 타자들이 투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습 번트와 도루 등으로 내야를 흔들어야 하는 임무가 주어져 있었던게 1번 타자의 몫이다. 그런 상식의 틀을 깨고 ‘강력한 1번 타자’로 거듭나고 있는 두 선수가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이정후(20)와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32)다.
이정후는 이번 아시안게임 히어로 중 한 명이다. 6경기 모두 1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24타수 10안타, 타율 4할1푼7리에 2홈런, 7타점을 마크했다. 대표팀 내 최다안타다.
이정후가 뒤늦게나마 대표팀에 활약할 수 있었던 것도 KBO리그에서 빼어난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349타수 132안타로 타율 3할7푼8리를 기록하고 있다. 당당히 타격 1위다. 홈런은 5개에 불과하지만 2루타 27개, 3루타 1개에 이를 정도로 장타력도 갖췄다. 장타율은 5할4리나 된다. 도루는 10개를 기록했다. 초구 타격도 서슴지 않는다. 그럼에도 출루율은 4할3푼이 되니 공포의 1번 타자임에는 분명하다.
전준우는 파괴력면에선 이정후를 능가한다. 411타수 141안타로 3할4푼3리다. 전체 6위다. 그러나 홈런은 22개로 이정후보다 17개나 많다.2루타 28개, 3루타 2개로 장타율은 무려 5할8푼2리다. 출루율은 3할9푼7리다. 도루는 6개로 전형적인 1번 타자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두 선수의 득점권 타율은 3할8푼9리와 3할8푼8리로 4위와 5위에 랭크돼 있다. 둘다 찬스에 강하다는 의미다. 두 선수를 제외하면 SK 와이번스 노수광이 3할3푼3리로 분전하고 있지만 파괴력면에선 거리가 있다.
결국 2위권 싸움과 5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넥센과 롯데의 리드오프인 두 선수의 활약도에 따라 팀의 운명이 갈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